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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9   하반기 성공준비하기 (1)


하반기 성공준비하기
Biz Diary/N×× | 2007/08/19 19:45

<들어가는 글>

다 지나갔다던 장마가 슬그머니 되돌아와 뒤통수를 내려치고 있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여름 절반이 우기로 잠식되어버릴 지경이다. 일찌감치 집에 들어가 김치전이나 부쳐 먹음이 마땅한 날씨지만, 하늘에 구멍이 뚫리든 말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것이 비즈니스이다.
바쁘다는 핑계를 대느라 상반기가 되짚어 볼 시간도 갖지 못한 채 하반기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휘리릭 칠월 달력이 넘어가고, 팔월 달력도 달랑거리고 있다. 늦었지만, 하반기 완주를 위해 잠시 숨고르기를 하려 한다.

1. N××의 선택

L×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사업 방향을 논하기 위해 떠난 워크숍에서 매년 똑같은 주제에 대해 일대 설전을 벌이곤 했다. 당시 내가 속한 수입시판팀에서는 대만과 중국, 미국 등지에서 네트워크 장비를 수입하여 국내에 공급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이 과연 SI사업인가 아니면 유통업인가? 밤을 새워 브레인스토밍을 해도 답이 가려지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템의 성격으로는 SI사업을 해야 마땅하지만,  L× 안에서 우리 팀은 유통에 역량을 집중된 조직이었다. 스키를 신고 쇼트트랙을 하는 꼴이다. 그러니 사업성과가 좋을 리 없었다. 내가 나올 때까지 히트상품을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고전을 계속하였다.

N××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는 똑같은 고민에 빠졌다. 유통이냐 SI이냐. 이번에는 상황이 역전되었다. 케이블이라는 아이템은 유통의 성격이 강한 제품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유통의 역량은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유통 비즈니스에 뛰어들던가 아니면 비즈니스 성격을 개조해야만 했다. 결국 초기 리스크가 적은 두 번째를 선택하였다.

2. 유통이냐. SI이냐.

2007년 1월부터 6월까지 N××의 누계 매출을 더해보니 사업계획 목표를 달성했다. 워낙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잡는 편이지만, 올 해 상반기 침체되었던 시장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자축할 만한 일이다. 
사회전반적인 불경기는 IT 시장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산시스템에 대한 투자는 당초 계획보다 대폭 축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되기가 다반사였다. 투자 위축의 여파는 곧바로 N××에서 공급해오던 케이블 제품의 단가인하 압력으로 이어졌고, 자연히 판매수지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시장에서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프로젝트에 따라 휩쓸려 다니던 업체들 중에 우리가 아는 업체만 해도 상반기에만 서너 업체가 문을 닫거나 업종을 변경하였다.
케이블제품의 판매단가 하락은 이미 2006년에 들어서면서 여러 조짐이 나타났다. 작년 상반기를 결산할 때도 앞으로 단품 판매에서는 부가가치를 만들기가 어려울 것임을 깨달았다.

그 즈음 사그라져가는 불씨와 같았던 케이블 시장에 혜성처럼 나타난 업체가 있었다. 바로 A업체이다. A업체는 단숨에 시장의 판도를 뒤바꿔 버렸다.
A업체의 전략은 가격인하를 통한 고객확보와 온라인 시장 개척이다. 기존 케이블 유통시장의 주도권은 용산과 청계천의 점포형 업체들이 쥐고 있었다. A업체는 쇼핑몰을 만들어 반기를 들었다. 
A업체는 단순한 가격정보 뿐 아니라 기술 자료 및 제조사명까지 각 제품의 특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올려놓았다. A업체의 과감한 노출정책은 어정쩡한 위치에 있던 도매업체들에게는 직격탄이 되었다.
지나친 가격인하로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인터넷의 힘은 놀라웠다. 온라인 시장의 가격이 순식간에 기준가가 되었다. 쿠데타가 성공한 셈이다.
A업체에게 케이블은 큰 고기를 낚는 미끼에 불과하다. 매출기여도가 낮은 케이블은 경쟁업체가 근접할 수 없도록 철저한 저가정책을 구사한다. 확보된 고객은 고정거래처로 만들고, 다른 제품의 판매 기회를 얻어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저가판매라지만 적자를 보면서까지 출혈경쟁을 하는 건 아니다. A업체는 바잉파워를 이용해 구매단가를 낮추는 데에 성공했다. 규모의 경제에 근접할 수 없는 업체들이 싼 게 비지떡이라며 손가락질을 해봤자, 시장은 가격 앞에서 냉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죽음의 저가레이스 펼칠 수는 없다.

N××은 시장변화를 거스르지 않았다. 덕분에 지난 1년간의 비즈니스가 주눅 들지 않고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고객을 놓치지 않았던 비법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간단히 ‘신뢰’라도 답한다.
현장에서 신뢰점수를 얻는 방법은 간단하다. 약속을 지키면 된다. 납기를 지키고, 작업 기한을 지키고, 작업 완성도를 지키면 된다. 적으면 간단하지만 막상 몸으로 부딪히면 어려운 일이다. 우리에게는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약속을 지키는 직원이 있다. 이 친구가 맡았다 하면 모두들 마음을 놓는다. 덕분에 믿고 맡기는 거래처가 여럿 늘었다.

앞으로 N××비전은 SI역량을 어떻게 발전시키느냐에 달려있다. 물론 우리가 선택한 길이 유일한 정답은 아니다. 유통의 역량을 확대하여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A업체가 그 증거이다. 다만 앞으로도 케이블시장에서의 부품가격은 더욱 하락할 여지가 많다. 중국의 거대한 생산기지들이 우리 시장을 속속 잠식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부가가치를 찾기가 더욱 힘들어진다는 얘기이다. 그러니 앞으로 단품매출에 대한 실적이나 기대치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스템 사업도 아닌데 고작 케이블을 판매하면서 거창하게 SI사업이냐? 라고 할 수도 있겠다.
본래 SI사업은 고객의 시스템이 물리적, 논리적으로 비대해지자 내부적인 설계, 운영 및 구축을 외부 전문가에게 의뢰하면서 싹을 틔웠다. 아웃소싱 한다는 기본 취지도 좋았고, 덕분에 합리적인 시스템 구축과 운영이 가능했다. 대신 고객으로부터 시스템 운영의 주도권을 빼앗은 일부 SI업체들이 고객을 꼭두각시로 만들어버린 부작용도 있다.
여기에 적은 N××의 SI사업이라고 함은 단순 Box Delivery에서는 수행할 수 없는 고객서비스를 판매한다는 의미이다.
N××에서 구상하고 있는 CSP도 같은 맥락이다.


3. 우리의 슬로건, Cabling Experts

성공한 회사들을 보면 저마다 멋진 슬로건을 하나씩 걸고 있다. 뒤늦게 슬로건의 중요성을 깨닫고 부랴부랴 슬로건을 제작하는 기업도 있고, 기존의 슬로건을 내리고 수억 원을 들여 새로운 슬로건을 만들어 기업 분위기와 이미지를 쇄신하는 기업도 있다.
슬로건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경영학적인 의미는 잘 모른다. 다만 안으로는 조직의 시너지를 일깨우고, 밖으로는 회사가 나아가는 비전을 한 눈에 알려주는 깃발이라 생각한다.
슬로건은 브랜드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찾는 곳이라고 했다. 우리가 찾는 슬로건도 N××의 색깔을 분명하게 나타내 주는 단어의 조합이 되어야 한다.
고개를 돌려보면 우리는 이미 슬로건의 홍수에 뒤덮여 있다. 잘 만든 슬로건 덕분에 매출이 몇 곱절로 늘어난 기업도 있고, 아예 회사 이름을 통째로 바꿔버린 회사도 있다. I ♡ New York 같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홍보용 문구가 도시 전체의 슬로건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지자체들이 동네 곳곳에 걸어놓은 슬로건들을 쳐다보노라면 얼굴이 달아오를 지경이다.
Hi서울
Fly인천
A+ANYANG
여기까지는 귀엽게 봐줄 만 하다.

Happy 수원
e-푸른 성남
Let's Goyang
Wow 시흥
이쯤 되면 초등학교 방학숙제 수준이다. 교실 뒤편 게시판에 걸어놔도 누구하나 눈여겨보지 않을 문구들이다. 설득력도 없고 호기심도 생기지 않는다. 플랜카드에 찍느라 낭비된 내 세금을 돌려받고 싶다.

올해 초 잠정적으로 결정했던 N××의 슬로건은 이거였다.
<Connectivity beyond Optic>
어쩐지 방향성이 모호하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았다. ‘아, 여기서 무엇을 하려는 구나.’ 알 수 있는 보편성도 없다. 그냥 멋있는 단어만 모아둔 느낌이다.
슬로건의 세 가지 요소라고 하는 ‘말하기 쉽기, 듣기 쉽기, 기억하기 쉽기’라고 하던데 어느 하나 만족스럽지 못했다. 

조금 쉽게 가보자. 하고 다시 정한 슬로건은 이거다.
<Cabling Experts>
다소 편협한 느낌을 주지만, 심플하면서 힘이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의 방향을 명확하게 알려준다.
먼저 명함에 넣을 수 있는 인쇄디자인을 결정하고 주위의 반응을 살필 계획이다.


4. 하반기 프로젝트

지난 주 광주프로젝트의 수행업체가 발표되었다. 예상대로 SI업체인 S사가 선정되었다. 광주프로젝트는 지난 7월 출장까지 다녀왔던 단일 규모로는 최대 규모의 사업이다. S사 뒤에 어떻게 줄을 서느냐에 따라 많은 업체의 성패가 갈리게 된다.
N××에서는 이번 사업을 수주를 위해 장비업체를 공략하였다. 스위치와 스토리지를 공급하는 B사와 C사는 계획대로 우리 편으로 끌어들였다. 문제는 사업 계약권리를 쥐고 있는 S사이다. B사 아니면 C사라던 예상을 뒤엎고 S사가 공사부문까지 계약당사자로 나설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렇게 된다면 N××의 수주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희박해진다.
관련업체들의 이해관계도 제각각이다. 고객과 N××사이에는 적어도 너 댓개의 업체가 줄을 대놓고 있다. 한 두 업체라면 모를까 그 만큼 변수가 많다는 의미이다. 각각의 명분과 이익에 침해된다면 전체 그림이 뒤틀리게 된다.
물론 첫 번째 관문은 S사이다. 우리가 지난 출장에서 얻어온 정보를 고의로 경쟁업체에게 흘리고 비교견적을 받는다면 게임은 어려워진다.
N××에서 선 작업한 기득권은 고스란히 날리는 셈이다. 그럴 경우 순전히 액면가로 승부를 내야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공정하지 못한 게임이다. 그렇다고 S사 앞에서 상도의 운운하는 건 부질없는 짓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객과 끈적끈적한 커넥션이 있어서 N××의 영업권쯤이야 눈감아 주겠다하면 이러고 있을 필요도 없겠지만, 비즈니스가 반쯤 녹은 누가바 핥아먹는 것처럼 녹녹하지는 않는 법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가격인하 레이스이다. 최저가 입찰이라면 예비비 예산을 포기하고 응찰하게 된다. 막상 작업 현장에 들어가 보면 책상 위에서 견적을 낼 때에는 보이지 않던 돌발변수가 지뢰처럼 깔려있다. 버퍼로 잡아놓은 비용도 없는 상황에서 하나라도 터지는 날이면 뒷수습하기가 매우 난감하게 된다. 여력이 없는 업체는 중간에 백기를 들고 나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렇게 되면 앞 단의 줄을 서있는 업체는 물론 S사와 고객한테도 치명타가 된다.

매력적인 가격은 고객의 눈을 붙잡을 수 있지만, 고객의 마음을 붙잡는 것은 품질과 서비스이다. 가격은 순간적이고 충동적이지만, 품질과 서비스는 지속기간이 길다.
고객이 마음 편히 맡길 수 있는 안정된 품질과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싸게 자재를 공급하는 것보다 수백 배 중요하다. 
신뢰는 N××에서 제공하는 가장 값비싼 서비스이다.
신뢰는 일방적이지 않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다.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고객을 찾아가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고객맞춤 컨설팅을 하는 것도 신뢰감을 조성하기 위한 사전 밑작업이다.

이번 사업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의 비중은 적지 않다. 계약금액을 떠나 수행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이번 사업을 어떻게 전개하느냐에 따라 하반기의 명암이 갈라지게 된다.

<맺음말>

늘 그렇듯이 전반전보다는 후반전 시계가 빨리 가기 마련이다. 하반기라 해봤자 이제 넉 달 남짓하다.도깨비같은 여름에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고 매진할 때이다.

다음 달에는 심천에 간다. 심천은 이번이 처음이다. A××이 아닌 N×× 관련 업무로 중국출장도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광전자 전시회(http://en.cioe.cn) 참관이 목적이다. 올 해가 9번째인 중국 광전자 전시회는 광학 전문 전시회로는 세계 최대규모이다.
동행을 하는 직원은 입사한지 2년 만에 떠나는 첫 번째 해외출장이다. 위로성 해외나들이로 그칠 것이 아니라 N××의 미래를 이끌 만한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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