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을 집으며 입사 동기인 Y가 회사를 그만 두었다. 그와 난 L社 입사동기 외에도 인연이 깊은 녀석이다. 같은 해 같은 날, 옆 동네에서 태어났고, 대학도 같은 학교 같은 과를 졸업했다. 비록 그 녀석은 재수를 해서 학번은 늦었지만, 군 면제를 받는 바람에 졸업은 같은 해에 했다. 졸업 후 첫 직장도 같았고, 3년 내내 바로 옆 팀에서 매일 얼굴을 보다시피 했다.
그도 모자라 내가 두 번째로 옮긴 회사에도 몇 년 뒤 Y도 따라왔는데 이 쯤이면 인연 중에서도 질긴 인연이라 할 만하다.
그 회사에서 아무 탈 없이 6년 넘는 세월을 지키던 그가 돌연 퇴사를 결정했다. 너 나가서 뭐 하려고? 글쎄 음 우선은 쉬면서 생각해봐야지. 하며 돌아 나오는 대답에 기운이 실리지 않았다. 그래도 넌 부모 잘 만난 덕에 지금까지는 돈 걱정은 없이 살았잖아. 앞으로 큰 사고만 치지 않고 지킨다면 아무 탈 없을거다. 위로 반 비아냥 반 적당히 섞인 말을 건넸다. 평소 같으면 뭐라 대들 녀석인데 조용하다. 아무리 그래도 젊은 남자가 일 없이 살수는 없는 법이다. 마흔을 코앞에 두고 새 일을 시작하려니 암담하고 겁도 나는 눈치이다. 그렇다고 남의 회사에 들어가서 충성할 녀석은 아니다. 두어 달 머리를 식히다가 무언가 일을 벌이겠지. 그러게 회사 나오기 전에 미리미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누누이 말했건만 고집불통이다. Y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 없을까? 하는 마음에 교보타워에 갔다. 간만에 들려서 그런가. 눈에 익었던 책은 이미 가판에서 한참 물러서 있다.
이제 막 샐러리맨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창업전선에 뛰어든 그에게 읽을 만한 책이 어디있을까? 창업이나 재테크 코너에서 멈췄다. 창업서적 수십 권이 촘촘히 꼽혀있었다. 제목과 겉표지로는 내용의 질량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만그만했다. 몇 권째 들춰봐도 이거다 싶은 책은 보이지 않았다.
잔소리로만 가득 찬 책이나 난 이러저러 해서 성공했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라는 식의 책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잘못 듣는 남의 성공담은 약이 되지 않고 울화통을 터트리기도 한다.
돈 없고, 빽 없는 우리들이 뛰쳐나와 성공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어디 없을까? 그냥 돌아서서 나갈까 차에 마지막으로 집은 책이 바로,
'투잡스, 이렇게 하면 무조건 성공한다.' -샐러리맨을 위한 당당한 부자되기 프로젝트. 저자 강형주 였다.
어? 제목부터 확 가슴에 와 닿았다. 무조건 성공이라. 어떻게 하면 될까? 저자는 과연 어떻게 그 비법을 적었을까? Y군에게 선물하기 전에 먼저 읽고 감수하기로 했다. 강형주. 책날개를 열어보니 저자는 레포츠관련 벤처기업의 홍보팀장이다. 그러던 그가 줄리아 포르담(http://www.juliafordam.com)이라는 웨딩전문업체를 창업하고, 또 바곱창이라는 식당까지 운영하는 멀티플레이어로 변신하게 된다. 매일매일 얼마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까. 눈에 선했다. 혹 저자를 만나면 도대체 그렇게 바쁜 사람이 언제 시간을 내서 책을 썼는가 꼭 물어보고 싶다.
2. 책 내용 중에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자상하고 날카로운 지적에 포스틱을 붙였다. 창업을 경험하면서 나 또한 절실하게 동감한 내용도 있었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도 담겨있었다. 저자가 투잡스에 나선 까닭을 이렇게 설명했다. '먹을 것 못 먹고 입을 것 못 입고 죽을 둥 살 둥 살기는 정말 싫었다. 아껴야 잘산다는 말을 들으면 화가 났다. 그렇다면 해답은 하나였다. 더 많이 버는 수밖에' 저자의 재테크관은 달랐다. 그는 자린고비 재테크를 혐오했다. '돈은 쓰기 위해서 더 버는 것이다'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무엇보다 자기 투자에 인색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월급의 절반은 자신에게 투자할 각오로 재테크에 앞서 자기 투자에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 투자를 통해 자신을 업그레이드 해야만 투잡스를 할 기회를 만날 수 있고, 기회를 만나야만 잡을 수 있다. 1) 아이템 선정할 때 내가 선 자리부터 살펴라 투잡스라는 당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어려운 관문은 아이템선정이다. 동시에 가장 중요한 것도 아이템 선정이다. 성패의 절반은 여기서 가려진다. 아이템을 정했다면 이미 절반은 이룬 셈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순조로운 스타트를 했다. 홍보팀장으로 일하는 저자의 경력을 최대한 고려한 다음, 웨딩드레스 판매업을 두번째 잡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잡에서의 성공없이는 두번째 잡에서의 성공 또한 없다"며 저자는 힘주어 강조한다. 집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 나가서도 샌다는 말처럼, 투잡스란 지금 서있는 자리에서의 도피가 아니다. 현재의 탄탄한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이를 밞고 도약하는 저축행위이다.
저자는 '사람들은 흔히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로 착각한다'고 꼬집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도 관심이 있을 터이고 그런 분야에서 남을 꺽을 수 있는 경쟁우위를 얻기는 하늘의 별만큼 소원한 일이다. 그 보다는 자신의 역량을 스스로 점검해 보라고 조언한다. 자신을 거울 앞에 세워 냉정하게 자신을 비춰봐야 한다.
식당 주인이 좋아하는 메뉴만 만들어 내놓는 식당치고 장사 잘 되는 집 못 보았다.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잘 만드는 메뉴, 손님이 좋아하는 메뉴를 만들어야 한다. 어떤 직장인들은 이 책만 보고 그대로 따라하면 사업에도 성공하고 부자가 되겠지 하는 막연한 환상에 현혹되어 책을 펼친다. 하지만 그런 보물섬은 여기에도 없다. 세상에 어떤 책도 어느 저자도 그런 능력은 없다. 책은 다만 짙은 안개 속을 헤쳐 갈 만한 지도 한 장을 우리에게 던져 줄 뿐이다. 그 다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몫이다. 2) 아이템을 선정 한 다음에는 시장을 조사해야 한다. 시장조사는 한 마디로 입장바꾸기이다. 내가 손님으로, 내가 고객으로 이 물건을 대했을때 과연 순순히 지갑을 열 것인지 생각해보면 된다.
엄밀한 시장 조사도 하지않고, 막연한 상상 만으로 혹은 주변 사람의 말만 듣고 덥썩 넘벼들었다가 낭패를 보는 초보 창업자가 많이 있다. 아무도 그들을 속이지 않았다. 단지 그들 자신이 시장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것이다. 저자의 경우, 설문지를 만들고 과감히 거리로 나섰다. 수 십명 수 백명의 잠재고객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한 결과, 현재 대여 드레스 시장에 지나친 거품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였다. 그 다음 어떻게 하면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내었다. 바로 시장을 발견한 것이다.
시장 조사를 하면서 저자는 애초 설립하기로 마음 먹었던 결혼전문업체의 사업방향을 크게 바꾸었다. 그리고 그것은 적중하였다.
3) 콜라결의 ; 동업관 동업을 피하라는 주위의 만류에도 저자 역시 동업을 선택했다. 어쩌면 샐러리맨의 역학 상으로 동업이라는 과정없이 투잡스에 성공하기는 소원하다는 사실을 저자는 꿰뚫어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투잡스족에게 시간의 가치는 더욱 절실하다.
저자는 동업자가 있다면 책임과 역할을 나누면서 시테크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더욱이 초보투잡스족이라면 동업은 위험관리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나도 전적으로 동감하는 부분이다. 예상하지 못한 위험 요소에 당면할 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같은 편이 있고 없고는 엄청난 차이이다. 저자가 웨딩드레스업계에 일자 경험이 없음에도 과감히 이 분야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도 든든한 동업자 덕분이다. 동업을 통해 저자는 자신에게 없는 능력은 꾸어 도입하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는 본인이 맡아 철저하게 온 몸을 불태웠다. 그가 자신있어 하는 분야는 당연히 현재 몸 담고 있는 회사에서 맡은 직무와 연계되고 있다. 저자는 홍보팀장이라는 자리를 백분 활용하여 마음껏 사람을 만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할 수 있었다. 덕분에 직장을 그만 두지 않고도 다른 동업자의 협조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저자의 성공배경에는 확고한 저자의 동업관을 엿볼 수 있다. '동업은 반드시 희생과 양보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그 다음 서로가 가진 전문성과 능력을 조율하여 시너지라는 하모니를 완성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능력을 이끌어 내는 마술이다. 저자의 동업과 내가 운영하는 비즈니스에서의 동업은 조금 다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N××과 A×× 이라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을 하나의 법인에서 수행하고 있다. 특별한 의사 결정을 제외하고는 독단적인 경영이 가능하다. 회계적으로는 같은 사업체이지만, 영업적으로는 얼마든지 분리될 수도 있는 사업이다. 그럼에도 가족이라는 특수한 환경은 동업이라는 시너지를 극대화 시키곤 하는 임팩트가 되어왔다. 4) 투잡스에 성공하기 위한 관계의 중요성 저자가 강조한 투잡스의 성공요인 중에 첫째가 바로 인복이다.
투잡스에 성공하려면 인복이 있어야 한다. 사람과 비용은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고용주와 피고용인이든 동업자 간이든 결국 사람으로 연결되어 있다.
저자는 사람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말라고 충고한다. 좋은 사람과 함께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게 투입되는 돈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직원의 기여도에 따른 응당한 보상은 서로의 믿음을 뿌리내릴 수 있게 하는 양분이 된다.
투잡스든 동업이든 성공의 키워드는 사람인 셈이다.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그들의 역량을 100%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이야 말로 가장 큰 능력이다.
결론은 버컹검이다. 투잡스이든 동업이든 'right person'없이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것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어떻게 보면 투잡스나 동업은 모두 한 뿌리에서 자라나온 가지인지도 모른다. 스스로에게는 투잡스이지만, 밖에서 일을 같이 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보면 동업이다.
저자는 또 NQ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흔히 인맥이라고 얘기하는 NQ(Network Quotient)는 공존지수라고도 한다. '혈연지연, 학연 등에 얽매인 인맥이 아니라 서로가 자유롭게 정보를 교환하자'는 취지에서 강조하였다.
5) 투잡스는 아르바이트가 아니다. 투잡스를 주말에 시간을 쪼개 아르바이트쯤으로 여기고 달려들었다가는 백전백패라고 했다. 투잡스에 나서기 전에 정신무장을 하고 직업의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투잡스란 말 그대로 두개의 본업이다. 하나의 직업으로도 숨이 차는 사람이 태반인데 둘씩이나 해내려면 시테크를 통해 자신의 시간을 분배하는 노하우를 익혀야 한다.
두 가지 본업에서 각각 상대하는 경쟁자는 이를 악물고 덤비게 마련이다. 하물며 난 부업이니 적당히 해도 된다면 생각했다가는 요동치는 시장에서 밀려나기 쉽상이다. 내겐 부업일지 몰라도 경쟁상대에게는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중요한 본업이기 때문이다. 투철한 직업의식은 투잡스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저자가 소개한 투잡스에 성공한 몇 분들에서 저자는 예리하게 그들의 성공공식을 집어내고 있었다. 고개가 숙여질 만큼 시간관리에 철저한 사람들이었다.
낮에는 직장을 다니고 밤에는 꼬박 새며 영상번역일을 마칠 수 있었던 것도 단 돈 50만원 때문이 아니었다. 아르바이트가 아닌 자신의 두번째 직업이라는 사명과 비전을 보았기 때문이다. 비전이란 이거하면 돈 되겠다는 속물근성이 아니다. 일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있어야만 갖을 수 있다.
3. 책을 읽고
이제 투잡스이라는 아이콘은 탄로날까 두려워 불 꺼놓고 혼자 간직하던 비밀이야기가 아니다.
투잡스 앞에 망설이는 사람 중에 많은 사람들은 본업에 소홀하게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한다. 하지만 막상 투잡스에 성공한 사람들은 '한 가지 일이 재미있으면 다른 쪽 일에도 더욱 능률이 오른다'고 한다. 호텔리어로의 직장생활과 트럭커피사장이라는 두가지 직업을 소화하고 있는 Y씨도 마찬가지였다. 호텔에서 공개된 투잡스족으로 인정받고 대우받는다고 한다. 어느 한쪽을 대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직업에 충실하였고, 직장에서의 위치가 흔들리지 않았다. 때문에 자신의 일을 조금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당당히 부러움을 받는 대상이 되었다.
쓰리잡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하나의 직업, 하나의 커리어에 기대어서는 변화무상한 사회에서 자기자리 보장받을 수 없다고 경고한다. 이 책에서 저자 자신의 경험담과 함께 투잡스의 길을 앞서 걸어간 선배들의 성공공식을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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