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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01   1st China Recruiting, P과장


1st China Recruiting, P과장
Biz Diary/A×× | 2006/10/01 12:36

1. P과장을 만나러 청도에 가다

청도행 10시 비행기를 타려면 한바탕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 중국노선 중에서는 가장 빨리 예약이 마감된다. 입국일에도 하루를 다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대기자가 풀려서 티켓은 받았지만, 보딩패스를 받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게다가 출국일은 월요일이다. 제 아무리 non-stop 리무진버스라해도 출근길 정체를 피해갈 수는 없는 법이다.
아니나 다를까, 정릉에서 올라 탄 내부순환로는 강변북로에 내려서기까지 지루하게 밀리고 있었다.

교통체증을 예상 못 한것은 아니였지만, 예정보다 1시간이나 늦게 공항에 도착했다.
남아 있는 시간은 50분. 그 안에 보딩패스를 받고 예약해 둔 로밍폰을 찾아서 출국심사대를 빠져나가야 한다.
본래 사람 많고 복잡한 장소에서 뛰는 것을 금기시 하는 나였지만, 방법이 없었다.
강남에 사는 누나는 차도 안 밀렸는지 나보다 늦게 나오고서는 여유있게 면세점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비행기 출입문이 곧 닫힌다는 엄포성 안내방송을 들으면서, Gate를 통과했다. safe이다.

이번 출장은 P과장을 만나기 위해서이다. P과장은 길림성이 고향인 중국 교포이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작년 구정이였다. 당시 우리 제품을 생산하던 S공장에서 생산라인을 관리하는 책임자로 일하고 있었다.
대목이면 늘 발생하기 마련인 생산라인의 사건 사고를 P과장 덕분에 정상적으로 풀 수 있었다.
하나 하나 차분하게 라인을 정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무엇보다 공장에서 약속한 생산량은 철야를 하더라도 맞추려고 노력하였다. 그런 책임있고 성실한 모습에 믿음이 가서 눈여겨 보고 있던 터였다.
그러던 차에 얼마 전 S공장에서 일하던 P과장이 회사를 그만 두고 고향으로 내려갔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연락을 넣어보니 P과장은 한국으로 들어오고 싶어했다. 고향에 내려간 것도 한국에 들어갈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기대했던 친지 초청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마음 고생을 하고 있는 듯 했다.

물론 P과장은 우리 사무실에 앉혀도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초청문제는 우리가 나서서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였다.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고용특례' 등 합법적인 절차를 따르기 위해서는 노동부 및 출입국관리소에서 요구하는 기준이 너무 높았다. 아직까지는 서비스업이나 건설업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얼마 전 한명숙총리가 재외교포의 고국 취업을 위해 5년 간 출입국이 자유로운 방문취업용 복수비자(일명 H-2비자)를 새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아직 발효 시기가 미정이고, 그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운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불법취업을 알선할 수도 없는 일이였다.

대신, P과장에게 중국에서 함께 일하자고 제안을 했다. 한국행이 어렵다면 P과장에게는 차선책이 될 수도 있었다. 수화기를 건너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우리 제안을 반기는 듯 들렸다.
이번 출장스케줄에 맞춰서 고향에 내려간 P과장을 청도로 올라오라고 했다. 얼굴을 보면서 구체적인 근무조건을 조목조목 짚어봐야 한다.


2. 왜 중국 현지직원이 필요한가?

창업 초기부터 중국 현지에 생산관리자를 두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고정적으로 돌리는 하청공장도 없었고 오더가 꾸준하지 못했기 때문에 관리자까지 둘 형편은 못 되었다. 대신 우리 작업이 걸릴 때면 디자이너를 보내거나 아니면 직접 날아가서 생산품질을 잡아주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이제는 처음보다 스타일도 다양해졌고 생산오더도 늘어났다. 샘플 디자인하기도 벅찬 디자이너들이 생산까지 컨트롤하는 것도 한계에 도달했다. 출장도 한 두번이지 작업이 있을 때마다 나갈 수는 없는 일이였다.
게다가 비행기티켓, 호텔, 식대 등 한 번 출장갈 때마다 드는 경비만 해도 솔솔치 않았다. 어림잡아도 현지에 관리자 한 명을 두고도 남을 듯 싶었다.

중국에 우리 사람을 한 명 심어놓겠다는 것은 비단 생산관리를 위해서만은 아니였다. 이제는 A××이 중국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이 늘었다. 중국 하청공장에 우리 직원을 앉힌다면 생산관리 뿐 아니라, 공장에서 매입하는 원부자재를 우리가 직접 컨트롤 할 수 있게 된다.

원청과 하청공장 사이에서 자재문제는 늘 뜨거운 감자이다. 대부분의 자재는 원청에서 준비해서 입고를 시켜주고 있는데 열이면 여덟야홉은 부족하다고 연락이 온다.
우리 입장에서는 속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유분까지 넉넉하게 챙겼건만 shortage라니, 공장말만 믿고 다시 자재를 챙겨서 보내기에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꼴이 되어버린다.
빠듯한 납기를 어기지 않으려면 air로 실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신속하게 중국자재를 구해서 대체해야 한다.
일단 자재가 공장에 들어간 다음에는 공장에서는 이를 볼모로 이용하기도 한다. 자연히 원청과의 실랑이는 대부분 공장측 주장대로 일단락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우리 눈으로 직접 물건을 보고 살 때도 속아 넘어가기 딱 좋은 곳이 중국인데, 아무리 믿을 수 있는 거래처라해도 우리 손을 거치지 않으면 어떤 식으로든 에누리가 생기기 마련이였다.
이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 직원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절실하다.

중국에 직원을 두는 것에도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중국 현지채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어떤 사람을 어떤 자리에 두느냐에 따라 오히려 회사의 앞길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하청공장과 현지 직원과의 결탁되는 경우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멀리있는 본사 직원의 눈을 속이는 것 쯤은 김치부침개 뒤집기 수준이다.
두번째는 중국에서 구매하는 원부자재의 매입의 투명성이다. 이 곳의 자재시장에도 Gray market이 있어서 출처가 불분명한 부자재가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다.
하물며 한족 공장에서도 자재파트만은 외지인에게 맡기지 않고 오너의 친척들이 꾀어 차고 있다.
세번째 디자인 유출에 대한 우려이다. 지금까지는 오더가 확정된 스타일만 중국에 들어갔지만, 앞으로는 계약이 끝나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도 샘플이 오갈 것이다.
P과장을 선택하면서 마음에 걸리는 마지막 한 가지는 P과장이 S공장 출신이라는 점이다. S공장은 최근까지 V사 못지 않게 우리 오더를 생산하고 있는 하청공장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S공장의 생산라인을 들었다 놓았다 해야 할텐데, 친정집을 상대로 P과장이 어떻게 조리를 할 것인지 걱정이다.

결국은 믿을 수 밖에는 없는 일이다. 내 옆에 앉은 직원이 하는 일도 100% 알 수는 없는 법인데, 하물며 멀리 중국에 앉아 있는 직원의 일거수일투족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단 말인가?
사람은 결코 관리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보다는 어떻게 동기부여하고 encourage하는냐. 그리고 얼마나 신뢰하고 맡길 수 있는가가 백배는 더 중요한 일이다.


3. Working Condition과 중국지사의 비전

이런저런 걱정반 기대반으로 P과장을 찾아갔다.
막상 P과장을 만나자,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불거져 나왔다.
급여 외에도 회사측에서 부담해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우선 P과장이 머무를 처소를 마련해야 했다. 급한대로 S공장 기숙사에 짐을 풀긴 했지만, 신세를 지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무작정 얹혀 있을 수는 없었다.
개발구이긴했지만 아파트 임대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방 3칸 짜리가 인민폐로 800위안, 우리 돈으로 약 십만원. 생각보다 저렴했다.

땅이 넓어서 그런지 교남에서는 집 보다는 차에 대한 가치가 우리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택시나 자전거 외에는 별 다른 교통수단이 없는 여기서 차는 필수이다.
다마스급(일명 빵차)이 월 2500위안. 이 돈이면 현지 숙련공의 두 달치 급여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기에 유류비, 톨케이트비, 통신비 등을 모두 감안하면 P과장 급여와 거의 맞먹는 돈이 들을 것이다.
A××과 P과장, 양쪽 모두 모험이 될 수도 있는 채용이지만, 과감히 투자하기로 했다.

사람은 한 사람이지만, 그 사람이 곧 조직이 된다.
언젠가는 P과장이 만들어 놓은 조직이 본사가 되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당분간 P과장의 역활은 우리가 풀어놓은 오더에 대한 생산 관리를 하는 수준일 것이다. 조금 발전한다면 중국side의 자재의 구매 및 delivery를 챙기는 역활까지 해야 한다.
그리고, 조금 더 앞을 보면 중국 현지에서 샘플실 운영을 맡아야 할지도 모른다. 본격적인 지사의 역활을 하는 것이다. 본사에서 디자인한 패턴을 바탕으로 중국 샘플실에서 제작을 한다면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국내 샘플실의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중국 내수시장을 target으로 한 영업조직까지 거느릴 수도 있다. 이렇게 된다면 사실 상 모든 비지니스가 중국에서 일어나는 셈이니, 본사가 중국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4. 출장을 마치고

어제 왔다가 오늘 돌아가는 짧은 출장이였다. 2가지 목적은 달성했다. P과장과 터놓고 얘기할 수 있어서 다행이였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서로 합의를 했으니, 이제는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또 하나 P社의 요청으로 디자이너 이광희(이광희 부띠크)씨와 공동 디자인하는 파우치의 생산라인도 짚어 보았다. 이광희씨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름이 높은 패션디자인계의 거목이다. 처음으로 하는 공동작업이니만큼 실수가 있어서는 안되는 작업이다.

김위찬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공동 집필한 '블루오션 전략'을 보면, 전략캠퍼스라는 재밌는 그림이 자주 등장한다. (나도 아직 반밖에 못 읽었지만, 책을 읽어본 분은 기억하리라 믿는다.)
어떤 비지니스 든 4가지 액션프레임워크(제거, 감소, 추가, 창조)만 제대로 그린다면 전략캠퍼스를 다시 세울 수 있다고 했다.
저자는 이를 통해 지금 머물고 있는 레드오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P과장의 recruting은 중국을 우리의 블루오션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초기지를 세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모두가 두려워 하는 4분기가 시작되었다. 작년에 비해 이번 추석은 조용히 넘어가는구나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제 상해에서 연락이 왔다.
일본계 고객에게서 받은 오더를 완제품으로 상해로 넘긴 것이였는데 원단 자체에 문제가 생긴 듯 했다. 추석연휴에는 라인에 걸어 놓아야만 납기를 지킬 수 있을 텐데, 우선 청도에 있는 P과장을 먼저 올려보냈다.
아무래도 다시 들어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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