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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8   중국공장 탐방기 (1)


중국공장 탐방기
Biz Diary/A×× | 2007/03/18 10:39


누나와 함께 출장길에 올랐다. 인천공항은 춘절 연휴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국인과 일하러 들어가는 한국기업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청도 뤼팅공항에 내려 거리로 나서자 아직도 춘절분위기에 절어 여기저기서 폭죽을 터트리고 있었다.

우리가 짐을 푼 곳은 출장 때마다 신세를 지던 교남의 Y호텔이 아니었다. 좁은 교남 땅에서 그나마 깨끗하고 조용해서 장사가 잘되던 곳이었지만, 같이 동업을 하던 중국교포 사이에 알력이 생겨 당분간 문을 닫고 있었다. 서로 운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급기야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대신 우리가 찾아간 곳은 황도개발구 시가지 안에 있는 호텔이었다. V공장에서 10분 거리이니 그다지 불편할 것도 없었다.

23층짜리의 4성급 호텔이지만, 숙박비는 인민폐로 400위안. 시설은 얼마 전에 묵었던 홍제동 그랜드힐튼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호텔 주위에 지어지고 있는 고층 빌딩들이었다.

마치 예전에 분당의 시범단지가 들어선 뒤 뒤이어 아파트가 줄을 이어 올라가던 것처럼 황도 개발구는 시가지 전체가 개발되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올림픽이 열리기 전에 완공하기위해 한창 건설 중인 국제무역중심빌딩이 있었다. 3개 동으로 세워질 이 건물의 최고 높이는 200m로 지상 55층의 위용을 자랑하게 될 것이다. 이 안에는 오피스 건물은 물론 주상복합아파트와 백화점 등 각종 편의시설을 두어서 황도에 입주하는 외국계기업의 지역본부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외에도 지난 2005년에는 청도시내로 바로 이어주는 청도 해안대교공사가 착공되었다. 전체 길이가 30km가 넘는 이 다리에는 바다에 기둥을 세워야 하는 해상구간만 28km가 된다고 한다. 이를 위해 1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붇고 있다고 하니 과연 중국다운 프로젝트라 할 만하다.

황도경제개발구는 중국의 국가급 개발구역중 가장 관심이 집중되어있고 경제발전이 가장 빠르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이런 건설 붐에 힘입어 당분간 황도개발구의 경기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P과장의 숙소는 Y공장 인근에 있다. 방 3개짜리 아파트를 직원용 숙소로 임대하여 회사에서 비용을 내고 있다. 황도를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 기숙사 용도의 아파트가 필요하다면 차라리 이곳에 아파트를 사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하청공장을 둘러보기 위해 P과장이 운전하는 다마스 크기의 빵차에 올랐다. 

하청공장의 분위기는 작년 이맘때와는 여실히 달랐다. 찾아가는 공장마다 사람이 없어서 썰렁했다.

비행기를 타기 전에 최근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긴 했지만 이 정도인줄은 몰랐다.


한국기업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중국에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더욱 문제는 앞으로 중국의 산업발전이 이루어질수록 이 문제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는 데에 있다.

광동에 진출한 한국계 완구회사에서 춘절연휴에 고향에 갔다 공장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무조건 70위안씩을 주고, 고향 친구까지 소개해 데려오면 100위안을 추가로 준다는 조건을 걸고 직원들에게 휴가를 주었으나 막상 춘절이 지난 뒤 오히려 돌아오지 않는 생산직 근로자가 더 많았다는 이야기가 신문에 났다.

춘절에 고향에 가면 각지에 흩어졌던 친지와 친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서로 다니는 직장의 조건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저울질한다고 한다.

이리저리 빠져나간 덕분에 공장에서는 일할 사람은 부족하여 아우성이니, 자연히 노동시장의 힘의 저울은 이제 공원에게 넘어가 버렸다. 특히 특정 기술이 요구되는 숙련공은 그 기울기가 더욱 심하다.

만나는 공장마다 춘절 연휴 전후로 평균 30% 정도는 생산직 근로자가 줄어들었다고 하소연이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연안도시에 집중된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은 노동 조건의 눈높이를 한껏 높여 놓았다.

봉제공장이라는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그나마 남아있는 사람이라도 붙들기 위해서는 임금을 올려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매년 인건비는 차곡차곡 올라가고 있었다.


두 번째는 여러 가지 외자기업에게 주어졌던 세금 혜택이 대폭 축소되거나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외국기업이 들어오면 기술도 배울 수 있고 투자도 유치하는 등 톡톡한 효자노릇을 했기 때문에 각종 혜택을 주었지만, 이제 상황은 바뀌었다.

중국은 이미 어지간한 분야에서는 혼자 힘으로도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외국기업에게 불필요한 혜택을 줄 이유가 없어졌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까지 수출을 하면 원자재를 살 때 냈던 증치세(한국의 부가가치세에 해당) 17%를 전부 돌려줬으나 올해부터는 11%만 환급하는 등 세금 혜택을 대폭 줄이기로 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것은 기술이전 효과가 적은 저부가가치 가공무역의 수출을 줄이겠다는 중국정부의 의지라 볼 수 있다. 이 직격탄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물론 A××의 비즈니스에도 파편이 떨어질 수 있다.


그 외에도 중국정부는 최근 '노동계약법'을 발표하기로 하면서 외국 기업을 더욱 옥죄고 있다. 이 법안으로 중국에서도 노동자의 입장에서 합법적인 권익 보호를 위한 법률적인 근거가 마련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기업입장에서는 악재임에 분명하다. 특히 한국 기업을 비롯한 외국계 투자기업의 타격은 더욱 클 전망이다.


세 번째 춘절을 전후하여 한국기업의 잇따른 대형부도로 한국기업에 대한 신용이 바닥까지 떨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신문에도 ‘짐 싸는 한국 기업들’이라는 제목 하에 크게 실렸지만, S피혁은 지난해 말 한국인 사장과 임직원들이 300억 원이 넘는 빚을 갚지 않은 채 생산 시설을 버리고 도주해버리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월급을 받지 못한 수백 명의 현지근로자들은 춘절에 집에도 가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고 한다.

이런 고의 부도의 피해는 고스란히 남아있는 한국기업이 떠안게 되었다. 수년이 넘게 거래를 해오던 원부자재업체들도 한국기업이라면 여신거래를 딱 끊어버렸고, 심지어 중국 당국에서도 한국기업을 감시한다고 한다.



이런 흉흉한 분위기에 우리는 서울에서 받아온 오더를 풀려 이곳에 온 것이다. 이곳 한국기업이 살든 죽든 우리는 우리가 살 길을 헤쳐 나가야만 했다.

춘절 전에 생산을 못 끝낸 스타일도 2개나 있어 생산이 빠듯한데, 올 해는 이상하게도 한가해야 할 춘절 이후에 오더가 더 몰렸다.

구정 때는 오더를 주는 고객이나 오더를 받아가는 업체나 몸을 사리기 마련이다. 자칫 욕심을 내어 주는 오더를 법석 받았다가는 한 방에 1년 농사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고객도 구정 오더가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다는 것은 익히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구정오더만큼은 가급적 믿을 수 있는 업체에게 주려는 경향이 있다.

P과장이 들어와 중국 공장들과 어느 정도 생산의 틀을 잡아 놓은 덕분에 고객과 약속을 지켜올 수 있었다. 그러니 이번 오더는 P과장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장이 정해지는 데로 곧장 자재를 실어 보내고, 바로 생산을 돌려야만 간신히 납품기한을 맞출 수 있을 텐데, 막상 기존의 공장들을 둘러보니 눈앞이 캄캄했다.


올 해 A☓☓의 비즈니스의 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한족공장 중에서도 제법 규모가 있는 W사였다.

정문 수위가 차량번호를 꼼꼼히 적은 뒤에야 문을 열어주는데 거기서부터 미싱 돌아가는 소리가 쌩쌩 들렸다.

딱 꼬집어 뭐가 그렇다고는 설명할 순 없지만, 이곳은 춘절의 후유증 따위와는 거리가 먼 직원들의 손발이 척척 들어맞는 곳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적당한 크기로 잘려진 생산라인의 조밀함이라든지, 생김새는 각지각색이지만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미싱에 매달린 공원들의 집중력에서 스며든 직감 같은 것이었다.

W사 사장은 이곳 청도지역에서 2대째 봉제공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첫인상은 옆 동네 비디오가게 아저씨처럼 유순해 보였지만, 막상 회의 테이블에 마주앉으니 우리를 아래위로 훑고 지나가는 눈썰미가 여간 날카로운 것이 아니었다.


미팅 내내 W사 사장은 연신 줄담배를 피워댔다.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W사의 공장장이 문제였다. 공장의 생산을 책임지는 공장장은 언제나 오더에 소극적이다. 생산의 차질이 생기면 자신에게 불똥이 튀기 때문이다.

W사를 끌어내기 위해 우선 비교적 작업이 수월한 투명비닐 핸드백을 보여주었다. 약물작업과 작은 가방이 하나 더 들어있는 디자인이지만, 컴퓨터미싱이 없어도 한 라인에서 500개은 뽑아 낼 수 있는 비교적 심플한 스타일이다.

역시 생각대로 공장장이 먼저 미끼를 물었다.


“쩌거 뚜어샤워 슈우량마?” (수량은 몇 개인가요?)

“이완거!”(1만개입니다.)

“쩐더!” (Really?)


역시 수량으로 기를 죽이는 방법을 택하길 잘했다. 스타일 당 기껏해야 1천개 안팎인 일본수출을 돌려보던 공장에서는 만져보기 힘든 수량이다.

계약금액에 대해서는 우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단가와 생산기한을 알려주었다. 사장은 연달아 2개비를 비벼 끈 다음에야 우리가 제안한 가격보다 15%나 높은 가격을 불러놓고는 아니면 말라는 식으로 나왔다.

납기가 촉박하다는 것을 핑계 삼았다. 그 날짜를 맞추기 위해서는 한두 라인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미 배정된 라인을 끌어다 써야만 가능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계획된 생산라인을 미루는 비용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 말에 우리가 숨겨둔 날짜를 하루 이틀 더 줄까 누나와 의논을 했지만, 미끼오더니만큼 우리가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우선은 W사를 끌어들이기로 했다. 

평소 거래를 해오던 V사에게는 결코 줄 수 없는 가격이었지만, 우선은 짐 보따리를 하나라도 더는 것이 시급했다.


사실 욕심 같아서는 W사의 생산라인에 어울릴만한 스타일 하나 쯤 더 넘기고 싶었다.

하지만 당장 보여줄 만한 샘플도 없고 해서 우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약 W사와 호흡이 잘 맞아서 우리가 생산라인 두어 개를 지속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면 A☓☓에게 아주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하다. 당장 눈앞의 거래를 놓고 봤을 때는 다른 공장들에 비해 하나도 나은 것은 없는 조건이었지만, 그럼에도 W사는 붙잡고 둘 만한 매력이 분명히 있었다.

   

자체 공장을 갖지 못한 우리가 오더를 풀러 다니는 일은 오아시스를 찾아 사막을 헤매는 여행자처럼 외롭고 힘든 일이지만, 살아남기 위해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고 겁 없는 누구처럼 덥석 재봉틀을 들여놓고 공장을 차릴 수도 없다. 십 년 전이라면 모를까 봉제공장은 중국에서도 어지간한 사람은 손을 데지 않는 사업이다.


지금까지 우리 제품의 많은 부분을 만들어주고 있는 V사나 D사의 경영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던 일인지도 모른다.

한국기업이 겪고 있는 현재의 어려움이 머지않아 교포공장에게도 고스란히 대물려질 것이라는 무서운 예고편일수도 있다.


A☓☓의 비즈니스는 구조적으로 생산을 outsourcing해야만 한다. 그것도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인 품질을 유지되어야 한다.

비즈니스를 이어가기 위한 대안이 W사와 같은 한족공장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든 아니면 지역적으로 차별화된 공장과의 새로운 라인을 구축하는 것이든 우리는 A☓☓에게 유리한 최선의 방안을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

작년 풍부한 인력과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중국내륙으로 앞서 들어갔던 몇몇 봉재공장들의 성적은 참혹할 지경이었다.

적당한 공장부지와 공원 확보 등은 예상대로 할 수 있었지만, 그 외에 공장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가 거의 전무했기 때문이다. 자재 하나 부족하더라도 몇 시간을 차를 몰고 나가야만 했고, 그 사이 생산근로자는 반나절이고 손을 놓고 기다려야만 했다.

물류비와 생산효율이 기대 이하였던 것이 실패의 주원인이었다.


그렇다고 살아남기 위해 벌인 과감한 도전이 의미 없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공장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몸부림을 치는 것은  우리가 좋은 공장을 찾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갖은 시행착오와 남다른 노력을 통해 경쟁력이 확보한 기업이어야만 거래할 가치가 있다.

기울어가는 배와 거래를 해봤자 우리에게 돌아올 이익은 없다. 거래 뒤 남는 것은 부담스런 부상자와 무거운 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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