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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7   Co-working, 동업, 그리고 시너지 효과 (4)


Co-working, 동업, 그리고 시너지 효과
Biz Diary/N×× | 2007/04/27 10:56



1. 서론 : 한산한 2사분기


Q2(2사분기). 일 년 중에 가장 한산한 시기이다.

연말과 연초 정해진 기일에 쫓겨 촉각을 다투며 분주하게 처리되던 프로젝트도 마무리되고, 평균기온이 슬슬 올라가면서 마음이 들썩 거리기 시작할 때.

그러다 여름휴가철이 지나고 찬바람이 불면 다시 일거리가 몰아닥치겠지. 그 전에 한숨을 돌리는 시기가 바로 이때이다.


N××의 2사분기 매출은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저조했다. 올 해도 예전에 비해 크게 나아지리라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핸드폰 배터리이다. 한창일 때는 하루에도 두 번은 충전을 할 때도 있었지만, 요즘은 이틀은 너끈하다.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 날에는 조바심이 나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던 옆 건물 밥집사장님의 넋두리가 이해할만 하다.


잔인했던 4월에도 단비는 내렸다.

R금융의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사업에서 N××이 광케이블 작업을 맡게 된 것이다.



2. 본론


1) R금융 전산실에서의 전화위복



이번 R금융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으로 우려되었던 층간 연결 작업을 지난 주말 무사히 마쳤다.

조마조마했던 작업이었지만, 고객을 설득하여 작업방법을 바꿨기 때문에 내용상으로 흡족할 수 있었다.


R금융의 전산실을 실사 한 것은 한 달쯤 전의 일이다. 전산장비를 공급권을 따낸 E사가  전산실 2층과 3층에 흩어져 있는 장비들을 서로 연결하는 작업을 의뢰하기 위해 우리를 불렀다.

처음 고객이 원한 것은 케이블을 바로 내릴 수 있도록 층간 천공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작업시간과 작업비용을 가장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판단할 수 있는 작업은 아니었지만, 믿는 구석이 있어서 우선 오케이를 하고 나왔다.

며칠 뒤 다시 들어가 뚜껑을 열어보니, 어이쿠. 만만한 작업은 아니었다. 외벽만 해도 30cm는 족히 될 만한 콘크리트였다. 게다가 전산장비에 미칠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 건너 편 방에서 거꾸로 작업을 해달라고 했다. 전문장비와 경험이 많은 인력이 필요했다.


사람과 장비는 수배하면 못 구할 것도 없지만, 문제는 작업 리스크이었다. 처음해보는 작업이라 우리도 긴가민가했지만, 더 불안해하는 E사를 안심시키고 토요일 자정에 천공업체를 대동하고 현장에 당도했다.

코아 드릴을 막 꺼내려는데 R금융의 담당자가 작업을 막았다. 작업 전에 발생되는 진동지수를 팀장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진동지수라.. 생소한 용어였다. 천공업체에게 눈치를 줘 봐도 처음 듣는 말이라는 표정이다.  이를 어쩐다. 고객이 하지 말라는 일을 억지로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막상 ×줄이 타는 것은 E사였다. 다음 주까지 2층과 3층의 장비를 연결해야만 전체 시스템을 구동할 수 있다고 했다.

머뭇거리는 사이 R금융의 담당자가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나를 바꿔주었다. 얘기인 즉 사전에 건축과, 전기과, 그리고 시설부서와의 협의가 필요한 사항인데 이것이 미흡했다며 양해를 구했다. 게다가 작년 에어콘 설치를 하면서 천공을 했던 적이 있는데 이로 인해 누수현상이 발생했다고 했다.


싫으면 말고. 부서 간 사전협의도 없이 우리에게 작업요청을 한 담당자가 한심했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작업을 강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데리고 온 작업자들이다. 토요일 자정 곤히 쉬어야 할 시간에 사람을 불려놓고 죄송하다며 빈손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을 터이다. 잔뜩 인상을 쓰고 있는 것으로 짐작컨대 최소한 일당을 받아야겠다는 표정이다. 그렇다고 고객에게 출장비를 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장의 손해는 우리가 감수하기로 하자.

집에 가자. 하며 장비를 꾸리는데 실사할 때 보지 못했던 트레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길쭉하게 뻗어 사라진 모습이 잘 만하면 아래층으로 뻗어간 것처럼 보였다.

컴컴한 천장의 틈 사이를 비집고 십여 미터를 쫓아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아래층으로 연결된 구멍이 보였다.

이것을 활용한다면 굳이 새로 구멍을 뚫지 않아도 연결 작업이 가능할 것이다.


이 사실을 고객에 알리기 전에 영업적으로 이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머리를 굴려보았다.

그렇다! 이것을 잘만 활용한다면 우리에게 효자노릇을 할 수도 있겠다. 기존 계획대로 바닥에 구멍을 내어서 케이블을 연결한다면 최단거리가 되기 때문에 E사에서 미리 준비해 놓은 수입케이블을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오늘 찾은 새로운 루트를 거치려면 거리가 적어도 30m는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케이블을 새로 공급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장비 연결을 위해서 패치판넬도 신규 설치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애당초 우리가 제안한 작업방법으로 돌아가는 꼴이다. 일의 규모도 천공작업에 비할 바는 아니다.

우리로써는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남은 것은 R금융 담당자와 E사를 만나 설득하는 것뿐이다.

시간을 끌 사항이 아니었다. 다음 날 아침 E사를 찾아갔다. 



2) 찬스를 잡았다. 그 다음에는 공을 들여야 한다.


일단 찬스를 잡았다. 진정한 사냥꾼은 먹이를 쫒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한번 잡은 먹이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IT영업에서는 삼박자가 맞아야 성공할 수 있다. 제품(가격대비 장비의 우수성과 신뢰도), 타이밍, 그리고 고객(관계적인 부분)이다.


우리가 제안한 솔루션에 대해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R금융의 전산환경에서는 현실적으로도 이것 말고는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기존의 Point to point 방식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품질을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도 보여주었다.


타이밍은 절묘했다. 주말 천공작업이 수포로 돌아갔고, 이제 D-day까지는 4일 밖에는 안 남았다. 어떻게든 당장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전체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 게다가 이미 두 번이나 정밀 실사를 했기 때문에 우리보다 루트를 정확하게 아는 업체는 없다. 이번 일이 우리 의도대로 이루어진다면 절반은 타이밍 덕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객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고객과의 관계 형성에 실패했다면 아무리 좋은 솔루션을 들고 가고 무용지물이다. 고객과 끈끈한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조건 공을 들여야 한다. 다른 지름길은 없다. 

고객이 우리를 떠올렸을 때 이런 이미지가 나올 때까지 정성을 쏟아야 한다.

아. 그 업체? 그 업체하고 일하면 편하지. 정확해. 믿을 만한 업체야. 자꾸 부딪히면 친하게 되고 친근감이 생기게 마련이다.

비슷한 가격과 조건이라면 그 업체한테 맡기는 것이 나아. 라는 말이 나올 정도는 되어야 한다.

업체를 선택할 때 구매팀이라면 가격이 제일 우선이지만, 영업직일수록 사람이나 정, 신뢰에 끌리는 것이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가격만 쫓다가 낭패를 보았던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면 공을 어떻게 들여야 하는가? 정성이다. 배려이다. 관심이다.

필요한 것을 요청하기 전에 먼저 제시하면 더욱 좋다. 고객의 입장을 최대한 이해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IT전문가까지는 못 되더라도 최소한 고객의 IT인프라를 이해할 줄은 알아야 한다.

고객이 어떤 요청을 하더라도 싫은 내색을 해서는 안 된다. 주말작업이나 야간작업을 의뢰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번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공을 들였다.

R금융의 담당자와 장비 공급사를 일일이 만나 우리 케이블솔루션의 장점을 설명하고 진행이 막히는 부분은 설득을 하였다.

역시나 예산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층간 연결을 위해 잡아두었던 예산의 3배가 가까운 비용을 집행할 명목이 없었다.

동분서주한 끝에 마침내 구두오더를 받아내었다. 단 이틀만의 일이었다.



3) Co-working은 팀워크이자 동업이고, 시너지 효과의 결실이다.


오더를 받은 이상 남은 것은 탈 없이 공사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업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광케이블 몇 가닥 끌어놓는 작업과는 성격이 틀리다. 건물의 설계부터 전산실로 사용할 용도로 지어졌기 때문에 외벽이 두텁고 견고했지만, 전산실의 노후도는 심했다. 

이번 작업의 관건은 이 낡은 트레이구조물에 어떻게 200core에 가까운 광케이블을 올려놓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기존 운영 중인 통신케이블에는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이번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워크이다.

각각 부여받은 파트별로 유기적인 움직임이 절대적이다.

발주가 떨어지자마자 필요한 자재를 수배하였다. Delivery는 단 이틀. 늦어도 모레 밤에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필요한 파트들을 찾았다.

어떤 부품은 랙 칼라가 맞지 않았지만, 날짜를 맞추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고객에게 양해를 받아냈다.


드디어 작업개시. 작업시간은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4시까지이다. 미처 수급이 안 된 자재는 퀵으로 올라왔다. 

전체 작업량에 비해서 야간 8시간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그것도 이틀밖에는 없다. 하나라도 잘못한다면 전체 일정이 틀어지게 된다.

KC는 자재를 맞춰 대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각 파트별 작업 진행을 매끄럽게 조율하였다.


쉽지 않은 작업이 시작되었지만, 왠지 마음은 편했다. 자 내가 할 일은 여기까지다. 라는 생각이었다. 그런 배짱은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KC가 있고, 공사를 전담하는 B사가 든든히 뒤를 받쳐준다는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작업이 일단 시작되면 KC의 눈빛은 매서워진다. 나는 단지 믿어주기만 하면 된다.


역시 작업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우리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우리가 갖은 영업력에 B사의 시공능력, 그리고 자재업체의 순발력 있는 자재공급이 들어맞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것은 넓은 의미의 팀워크이자 동업이고, 시너지 효과의 결실이라고 생각한다.

시너지 효과란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 보다 큰 결과를 낳았을 때를 이야기한다.

우리가 한 일은 이 단순한 산수를 실행에 옮겼을 뿐이다.



3. 아쉬웠던 점 ;  E사의 대리점과의 껄끄러운 관계

영업 프로세스는 보통의 경우 다음의 3단계로 진행된다.


수주 -> 납품(혹은 시공) -> 계산서와 수금업무


우리가 취약한 부분은 늘 3번째 단계이다.

이미 눈치 챈 분도 있을지 모르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잔뜩 늘어나버린 비용의 처리였다.

돈이 엉키면 일 또한 엉망으로 꼬여버리기 십상이다. 때문에 일을 먼저 하자라는 생각에 진도를 나가버리면 나중에 꼭 뒤탈이 났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번에도 구두로 작업 지시를 받자마자 E사의 대리점에 전화를 걸어서 여차저차 진행상황을 보고했다. 대리점은 작업이야 되든 말든 상관없었다. 부담할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견적을 달라고만 했다. 

대리점의 컨펌까지 받은 다음 일을 시작하기에는 날짜가 없었다. 프로젝트 준비는 준비대로 진행하면서, 대리점에게는 견적서를 디밀었다.

아니나 다를까 견적을 읽던 담당자 얼굴색이 바꿨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에 생각했던 천공작업에 비해 몇 배가 넘는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난 뒤였다.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이것뿐이다 라고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고 일어섰다.

돌아오는 길에 대리점 임원이 전화를 해서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제품이 어떻고 트집을 잡았다.

어찌되었던 담당자의 입장이 난처했던 모양이다. 우리의 생각이 짧았다. 초기부터 대리점에게도 소상히 진행상황을 알려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 발등에 떨어진 일만 처리하다가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꼴이다.

우리와 앞으로도 많은 일을 해야 할 사람인데 소위 ‘엿’을 먹은 셈이니 우리가 곱게 보일 리 없다.



4. 맺음말


올해 IT계의 화두는 차세대 금융 프로젝트사업이다.

이미 신용협동조합과 대우증권 등은 차세대 전산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짝짓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외에도 국민은행, 메리츠화재, 삼성증권, 대신증권 등의 차세대 프로젝트를 놓고 IT업계의 내노라하는 강자들은 굶주린 배를 움켜잡고 한껏 눈을 붉히고 있다.

이 커다란 시장을 놓고 본격적인 쟁탈전은 이제부터라고 할 것이다.


결국 시장에서의 승리는 스스로 변화를 추구하는 기업에게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알려진 바와 같이 거대 다국적기업 IBM의 달러 박스는 더 이상 box delivery가 아니다.  IBM의 성공적인 변신에 자극을 받은 HP, 후지쯔, SUN 같은 벤더들도 더 이상 SI사업자의 그늘 밑에서 들러리 행세에 만족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중심으로 시스템 통합이 가능하도록 역량을 갖추고 있다. 제품솔루션은 물론 SI사업자로서 걸맞은 컨설팅과 서비스를 준비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2007년 N×× 비즈니스의 성패는 여기에 달려있다. 여기는 바로 차세대 금융시스템 사업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것을 단순히 시장 중심의 마인드로  포커싱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것은 한물간 편협한 사고이다.

마치 어느 동네에 무슨 장사가 잘 된다는 소문을 들으면 우르르 달려가 부랴부랴 돗자리를 펼치는 뜨내기 장사치와 다르지 않다.


성공의 열쇠는 시장에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게 구해야한다 점을 이해해야 한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알기 전에 왜 그것을 필요로 하는가에 의문을 품어야 한다. 그 수수께끼를 풀어야만 고객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 다음 할 일은 그것을 자기혁신의 불씨로 활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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