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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0   사무실 한 칸


사무실 한 칸
Biz Diary/Biz 준비하기 | 2007/02/20 19:24

1. 서론 : 2007년 두 번째 달을 보내는 각오


새해의 두 달이 벌써 성큼 성큼 지나가고 있다. 시간의 속도는 잔인하리만치 가속되고 있다.

거래처를 돌아다니면서 신년 인사를 나눠보아도, 올 해 경기전망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만 짓는다.

IMF를 극복했다며 잠시 한도를 했던 지난 2000년 전후를 제외하고는 지긋지긋하게 이어지고 있는 불경기이다.


우리 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정세와 사업여건은 장미빛 전망을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그 전망조차 오뉴월 날씨만큼이나 변덕스럽다.

유가나 환율은 물론, 우리의 사업 손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국 공장의 인력난, 우리나라 내수경기 등을 놓고 '올 해는 이렇게 될 것이다'라고 장담하는 사람은 눈을 씻어도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불경기 탓만 하며 안개가 걷히기만을 느긋하게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금 우리가 앉아 있는 자리는 안전한 것인지. 열 달 뒤 조직의 키를 신장시키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2. 본론 : 성장을 위한 준비물


1) 사무실의 확장 ; 공간적 의미의 성장


얼마 전 2007년 회사의 성장을 다짐하면서 사무실을 한 칸 넓혔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일곱 평이 조금 안 되는 반 칸쯤 되는 공간이다.


꽉 막혀있던 벽이 허물어지고,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지는 순간은 뚝딱이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듯 엄청난 소음과 시커먼 먼지를 기대했던 우리에게는 매우 실망스러운 작업이었다.

사실 벽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왜소한 알루미늄 판넬 두 장과 스티로폼이 샌드위치처럼 끼워져 있는 것이 고작이긴 했지만, 적어도 두어 시간쯤은 사무실을 비워줘야 할 정도의 공사는 되리라 생각했었다.


졸지에 늘어난 7평의 영토를 놓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놓고 각료(?)들은 일대 논란이 휩싸였다.

민주적인 협의 끝에, 우선 당장 부족한 자재와 원단 샘플의 관리를 위해 사용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나날이 늘어가는 PVC 스와찌와 제작된 샘플 등살에 온전히 앉을 쉴 자리 하나 없이 우왕좌왕 곤욕을 치루던 터였다.

이번 기회에 앵글과 MDF로 장을 다시 짜서 어떻게든 이들을 담아 놓을 수납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여기를 자재관리 공간으로 잘만 활용한다면 지금 사무실의 절반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는 육중한 원단 롤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기실 개인적으로 욕심이 났던 것은 남부럽지 않은 번듯한 회의공간이었다.

잘 나가는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의 회의실을 탐낼 처지는 애시당초 못 된다는 것은 다들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지난 달 이사 오던 건너편 회사의 사무용 고급 책상이나 의자들을 볼 때 마다 부러운 시선이 가는 것을 어쩔 수는 없었다.

우리 형편으로는 욕심이다. 마음을 추슬렀다.

다닥다닥 마주보고 있는 책상 위로 얄팍한 LCD모니터 한 장만으로는 프라이버시는 커녕 날아오는 각종 파편으로부터 얼굴을 가리기에도 위태로울 지경이다.

그나마 재작년 14인치 CRT를 버리고 들여 온 17인치 모니터 덕분에 조금 더 넉넉한 표정의 자유를 부여받았다고나 할까.


지난 토요일 부지런히 짐을 꾸려 쌓여있던 불용 자재와 샘플들을 대거 정리하였다.
반나절 분주하게 고생을 했건만, 느껴지는 변화는 별로 없다.

매장이 늘어난 만큼 손님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음식점도 아니고, 오히려 늘어난 평수만큼 임대료와 관리비 부담만 늘었을 뿐이다.

벽 건너 간혹 들려오던 부동산개발 할아버지의 정정한 목소리가 이제 사라졌다는 것이 변화라면 변화일까.


지금은 이토록 좁아 보이는 7평이지만, 우리는 이것과 같은 크기의 공간에서 책상 3개를 바짝바짝 붙여놓고 일을 시작했었다. 불과 4년 전이다.

맞은편 앉은 사람의 점심이 어디까지 소화되었는지도 들릴 정도의 적나라한 공간이었다.

이 만큼 외형이 늘어났다는 것이 어떻게 생각하면 대견하고 또 한편으로는 부담스런 일이다.

이무튼 이번 공간의 확충으로 이보다 몇 배 큰 사업 확장을 이루리라 기대해본다.


2) 조직원의 성장과 조직의 성장


작년 우리 회사의 아킬레스 힘줄은 직원의 잦은 이직이었다.

여느 해 보다 유난히 회사를 떠난 직원들이 많았다. 시집을 간 친구도 있고, 집안에 병고가 생겨서 갑자기 귀향한 친구도 있었고, 더 나은 조건을 찾아 떠난다며 솔직하게 얘기하고 나간 직원도 있었다.

가을부터 대대적인 충원을 한 덕분에 이제 겨우 안정적인 팀워크를 갖추게 되었다.

늘어난 덩치만큼 조직의 기초체력을 키우긴 했지만, 그만큼 유연성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적잖은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매출을 늘리어 생산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


우리 식구는 11명이다. 그 중 디자이너가 4명이니, 회사의 size에 비해 디자이너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재밌는 것은 디자이너 팀 내부에서 미묘한 선이 그어졌다는 것이다. 그 선은 입사 1년이 넘은 선임자 2명과 작년 가을과 겨울에 입사한 나머지 2명 사이에 놓여있다.


초반 분위기는 선임 디자이너는 고참 노릇을 톡톡히 하면서 자리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한두 달이 지나자 후임자의 추격이 만만치 않았다.

늦게 입사한 만큼 빨리 일을 배워 자기 자리를 차지하려는 열의가 남달랐다. 그러자 점차 이 두 파트 간의 팽팽한 라이벌의식이 생기게 된 것이다.

물론 이것이 쓸데없는 시기나 질투와 같은 감정의 소산으로 머물러서는 안 될 일이다. 대신 적당한 자극과 긴장감은 서로의 성장을 부추겨주는 좋은 영양제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던 차에 얼마 전 누나가 디자이너K를 데리고 중국에 다녀왔다.

K는 새내기 디자이너이다. 선임자들 보다는 입사 순서는 제일 늦었지만 남다른 열정을 보이면서 선배들을 제치고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누나의 출장 파트너로 K를 지목하자 선임 디자이너들의 얼굴에서는 의외라는 표정과 함께 K를 견제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중국에서 생산이 걸려있는 몇 가지 스타일의 진행은 K가 맡고 있긴 했지만, 구정 전 출하를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는 main product은 선임 디자이너인 S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누나의 결정은 향후 디자인팀의 업무분장에 있어서도 서열보다는 실력을 중용하겠다는 숨은 의지라 볼 수 있었다.


이번 출장은 주말을 낀 5박 6일 간의 다소 긴 일정이었다.

중국을 가는 것은 고생길이다. 더욱이 주말을 반납해야 하는 스케줄이라면 어지간한 직원이라도 울상을 짓기 쉽다. 그럼에도 K는 흔쾌히 따라 나섰다.

중국공장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십분 능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일주일 만에 K는 성큼 성장하여 돌아왔다.
낯선 땅에서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고생은 많았겠지만, 그 만큼 값진 경험으로 고스란히 본인 몫으로 돌아 올 것임에 틀림없다.


K의 성장은 조직에게도 반가운 일이다. 조직의 성장은 근본적으로 조직원의 성장에 기댈 수밖에는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마땅히 조직은 조직원이 마음껏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장애물을 치워주고, 제 때 제 때 물을 주고 거름을 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벼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큰다는 말이 있다. 조직원의 성장을 위해서 조직은 농부의 마음으로 부지런히 발자국 소리를 들려줘야 한다.


KC는 올 해 대리로 진급을 하였다. 단순하게 나이가 찼다거나 근속연수를 고려한 생색내기 식의 인사는 아니다.

KC가 조직 안팎에서 보여주고 있는 역량은 대리라는 직급으로도 부족한 것이라 생각한다.

진급을 결정하고 나서 급여 인상 폭을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사자의 생각도 들어야 했고, 다른 직원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했다.

지나간 작년 실적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올 해 그리고 내년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지난 해 KC는 자기 몫 이상을 보여주었다. 실무적인 업무 주도권도 KC에게 넘어간지  오래이다.
KC가 들어오기 전과 비교하면 사업의 컬러도 바뀌었다. 단순 납품위주의 유통적인 성격보다는 작업을 함께 제공하는 서비스적인 성격이 강화되었다.

매입처도 이중화되어 제조공장이나 공사업체로부터 휘둘리는 일도 줄어들었다.

성실하게 프로젝트를 수행해준 KC 덕분에 최종 고객이 우리를 케이블 전담업체로 인정했던 일도 적지 않았다.

하나의 사이트에서 인정을 받으면 자연히 사업 기회는 늘게 된다. 소위 줄 서 있는 업체들이 원만한 비즈니스를 위해 우리를 찾기 때문이다.

이처럼 KC의 성장 역시 회사의 성장으로 돌아왔다.



3) 비즈니스의 위기와 성장


작년 IT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톱뉴스는 스위치업계의 양대 산맥으로 통했던 M사와 B사의 합병이었다. 아니 B사가 M사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통째로 인수를 한 것이다.

이번 인수합병은 미국 본사에서 인터넷을 통해 공시할 때까지 관련업계 종사자는 물론 국내 지사의 직원들까지 까맣게 모른 채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수년간 시장을 양분하면서 서로를 뜯어먹으며 으르렁거렸던 두 회사가 하루아침에 한 사무실로 책상을 옮겨 아침마다 굿모닝! 해야 한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큰 사건이다.

단순하게 문화적인 문제뿐 아니라, 사업적으로도 적지 않은 풍파를 야기 할 것이다.


가장 먼저 혼란에 빠진 것은 고객이었다. 이 두 회사의 합병으로 선택의 권리를 빼앗긴 꼴이 되었다.

특히 기존에 M사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고객일수록 그렇다.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 조기 단종 되거나 유지보수비용이 상승하지나 않을까하는 염려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이미지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관리하고 투자하는 미국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것은 기우에 불과 할 것이다.

역으로 이윤에 밝은 미국기업이기 때문에 결국 이번 합병의 최대 피해는 결국 고객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추론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에어콘 대리점 앞에서 삼성을 살까 LG를 살까 양 손에 들고 꼼꼼히 따지던 고객이 어느 날 갑자기 LG와 삼성이 합쳐졌다는 얘기를 듣는다면 얼마나 김빠지겠는가 말이다.

지금까지야 고객이 두 회사의 영업사원을 긁어가면서 가격인하를 유도했지만, 이제 시장 상황은 매도자 우위의 시장으로 급변하게 될 것이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전 세계 스위치시장의 80%를 (new)B사가 독차지 하게 되는 독과점이 당분간 유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시장에서 일부 스위치 제품의 가격이 인상되고 있다는 얘기가 솔솔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인수합병이 결정된 이상 내부적인 정리와 외부적인 정리가 동시에 단행될 것이다.

한국 지사의 스탭들의 정리 수순을 밞는 것이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기존에 B사와 M사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대리점들이다.

이제 하나의 회사가 되어버린 (new)B사의 제품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대리점들이 판매한다면 오히려 시장을 쪼개놓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고 최종 영업전선에 서있는 대리점들을 자칫 서투르게 자르다가는 스위치 비즈니스에  악영향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대리점은 대리점 나름대로 일대 혼란에 빠졌다.

조금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경쟁력이 없는 대리점은 자의반 타의반 도태될 것이 분명하다.


이 파급효과는 올 한 해 본격적으로 N××을 흔들 것이다.

N××은 태생적으로 M사 편에서 줄을 대고 영업을 하며 사업을 키워왔다. 물론 B사 쪽 영업을 간과한 것은 아니지만, 외형적으로 봤을 때 아무래도 B사보다는 M사 편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합병으로 N××의 비즈니스가 위축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떻게 이 변화에 순응하고 우리 몸을 싣느냐에 따라 또 하나의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앞으로 열 달 동안 우리가 무엇을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3. 결론


새해를 맞이하면서 올 해 사업계획을 적으며 우리는 성장을 약속했었다.

거기에는 정량적인 성장도 있었지만, 새로운 아이템에 대한 고민과 새로운 고객과 시장 등 사업의 다각화에 대한 성장도 적혀있었다.

지난 50일 동안 게으름을 피운 것은 아니지만 과연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를 돌이켜 보면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부지런히 뛰어다니기만 했지, 큰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사업의 내용적은 측면과 결과 모두 작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익숙한 비즈니스이니만큼 안정적인 운영을 기대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근대화, 산업화, 그리고 정보화라는 커다란 변혁의 소용돌이에서 사라져갔던 수많은 회사들을 말로를 돌이켜 보건데 그것은 일시적인 착각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비즈니스 외부의 환경은 물론 조직 안의 내부 요소들도 시시각각 변하는 급류에 휩싸여 있다. 이에 역행하지 않고 그 물결에 몸을 싣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한 발짝 전진하는 성장이 선행되어야 한다.

성장이 없다면 퇴보의 길로 접어 든 것과 다름없다.


4. 맺음말


오래 전 신영복교수가 수감되어 있을 때, 열다섯 번째 새해를 옥에서 맞이하며 이런 글을 엽서에 적어 띄웠다.


'새해란 실상 면면한 세월의 똑같은 한 토막이라 하여 1월을 13월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 만약 새로움이 완성된 형태로 우리 앞에 던져진다면 그것은 이미 새로움이 아니라 생각됩니다.

모든 새로움은 그에 임하는 우리의 심기가 새롭고, 그 속에 새로운 것을 채워나갈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으로서 주어지는 새로움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83.1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우리가 넓혀 놓은 일곱 평의 공간을 바라보며, 여기에 무엇을 채울 것이지를 고민하기에 앞서, 남아있는 열 달을 무엇으로 채워갈 것인지를 먼저 생각할 일이다.

그것은 오로지 우리가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달려있는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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