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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9   부자가 된 갑동이 (3)


부자가 된 갑동이
Biz Diary/Biz 준비하기 | 2008/03/19 20:48
(들어가지 전에)


나는 돈을 좋아한다. 어디서 돈 냄새가 나면 입에 침이 고인다. 이런 글에 눈을 팔고 있는 사람이라면 나와 같은 부류이리라.

남이 돈 번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린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만큼 감동을 주기 어렵도, 누가 누구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도 아니다. 

소설처럼 마구 꾸며대며 뻥을 칠 수도 없다. 누가에게 손해라도 끼치는 날이면 바로 사기범으로 조사받기 십상이다. 누가 무엇을 해서 얼마를 벌었다는 얘기는 대개 추잡하다. ‘얼마?’라는 말에 다들 귀를 세우고 입에서는 감탄사를 연발하지만, 속만 쓰릴 뿐이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나도 그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 아마 먼저 올라간 자들이 얻은 겉모습이나 재주에 현혹되지 말고, 그들의 품 안에 간직한 엑기스를 훔쳐내야 한다. 여기서 갑동이 이야기를 통해 그 엑기스가 어디쯤 있는지 헤아려보자. 


(본론) 부자된 갑동이

※ 이 글의 갑동이는 실제 인물과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


1. 사회로 나가자.


갑동이가 졸업을 한다. 건축공학을 전공하였지만, 4년 간 그가 깨달은 건 건축공학을 업으로 삼기에 그다지 적당한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 외에는 내세울게 없다. 그 결론을 얻기까지 등록금은 지나치게 비쌌고 가파르게 올랐다. 그의 평범한 대학 4년 평점이 입증하듯 갑동이는 여태 과감하게 어긋나보지도 지나치게 나태해보지도 못한 시절을 보냈다. 

졸업 뒤 진로에 대해서도 오래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공부는 더 하기 싫다. 일단 돈을 벌어보자. 마음을 먹었다.

꾸준히 3할 대 타율을 유지한 덕택에 무난하게 졸업장을 얻을 수 있었다.

사회에 적응하기. 걱정보다는 자신감이 앞섰다. 4년 동안 해낸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덕분이다. 신문배달. 과외. 슈퍼배달. 파출소 방범보조. 책 판매. 사무보조. 사회생활이란  이런 맛이겠지. 그 정도의 감은 잡고 있었다.

그럼 어떤 회사에 들어가야 하는가?  선배들은 입이라도 맞춘 듯, '하고 싶은 일을 해라'고 솜사탕같이 무책임한 충고를 들려준다. 내가 하고 싶은 일? 그걸 어떻게 알아. 먹어 봐야 쓴맛인지 단맛인지 알지. 귀로 듣고 눈으로 봐서 짐작하기 어렵다. 하긴 나를 뽑는 회사가 있다면 참 용감한 회사이다. 10분 남짓 훑어보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어떻게 짐작할 수 있단 말인가. FBI 수배 중인 1급 살인범도 학원원장과의 면접에서는 누구보다 말쑥했을 것이다.

조간신문을 펼치고 주식시세를 본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기업이 있다. 그 중에서 나 하나 다닐 회사 없겠느냐. 


취업은 정보싸움이다. 쓸만한 정보를 구해야 한다. 구인정보, 채용광고, 인터뷰 요령, 연봉검색. 채용포탈에 들어가 봤다.


경영/기획

마케팅

생산기술

연구개발

영업


그리고,


서비스

유통

제조

IT/통신/컴퓨터 등등


세상에는 수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전문가가 활동하는가 보다. 그들이 나를 선택하기 전에 내가 회사를 선택해야지. 갑동이는 다짐을 한다. 신입사원이 무슨 거창한 마케팅이나 경영기획을 할 수 있겠는가. 공돌이라는 출신성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회사 일이란 사무실 안에서 하는 것과 밖에서 하는 것으로 나누면 된다. 사실 공대생의 머리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공대를 나와서 평범한 사무직으로 첫 일을 시작하는 것은 아무래도 모양이 좋지 않다. 사실 뽑아 줄 회사도 없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전공을 살려 연구개발을 할 만큼 관련 기술이나 지식, 아니 지대한 관심이라도 생긴 것도 아니다.

한 달 수고에 비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월급을 주고, 남에게 명함 건넬 때 기죽지 않고 떳떳한 직장이면 된다. 막상 채용시장에는 그런 조건의 직장도 동이 나버렸다. 그건 수요와 공급의 문제였다. 그 자리가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 비해 공급은 너무나 부족했다. 갑동이는 적당히 눈높이를 조정하고 조건에 스스로를 맞춰 어느 회사의 영업직에 입사했다. 이 회사의 아이템이나 비전에 대해 깊이 생각할 틈도 없었다. 머뭇거리는 순간에 남이 채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영업직이 안 맞는다는 증거도 없었다.


2. 그리고 5년이 지났다.


헐렁한 마음으로 영업사원으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다행히 그 회사는 꾸준히 고용관계를 포기하지 않았다.

5년은 한 사람의 인간성이나 성격을 바꾸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지만, 업무 성향을 만들어지고 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쌓기에는 넉넉한 기간이다.

어떤 이는 한방에 인생을 걸고, 운 따위에 미래를 거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게으른 자의 변명이다. 거울 앞에서 우리를 노려보고 있는 낮선 얼굴이, 우리 스스로의 선택과 행동들로 만들어진 결정체임을 부인할 수 없다. 행운이라든지 재수는 작은 돌 뿌리에 불과하다.


갑동이도 그랬다. 5년간의 그가 어떤 길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갑동이는 A 혹은 B의 길을 걷고 있게 된다.


1) 갑동A


갑동A는 5년 간 평범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의 직급이나 연봉, 직장 내 위치 등을 고려할 때 그가 성장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성장은 오히려 그를 더욱 평범하게 만들었다.

진급을 하고, 결혼을 하고, 튼튼해 보이는 몇 개의 울타리 안에서 그는 견고한 자리를 하나 잡았다. 현실에 대한 불만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울타리를 뛰어넘기에 담장이 너무 높아 보였다.

직장을 옮겼던가? 상당히 심각한 경우가 아니었다면, 스스로 직장을 옮기는 일은 없었으리라. 올 해의 계획은 철저하게 세우는 편이었지만, 5년 뒤 10년 뒤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본 적이 없다. 갑동A에게 미래란 안개 속에 꼭꼭 숨겨진 보물섬을 찾아 나서는 여정일 뿐이다.   

 

2) 갑동B


일찌감치 갑동B는 현재의 위험을 감수하지 못한다면 미래에는 더욱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오늘 할 일과 내일 할 일을 나누고, 올 해 할 일과 내년에 할 일을 세우고, 10년 뒤에 해야 할 계획을 세우는 습관을 다져왔다.

변화 혹은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risk taking을 피할 수 없으리라. 피할 수 없다면 정면도전이 낫다. 이를 통해 갑동B는 여러 경험을 쌓게 된다. 그의 이직도 갑동A와는 다른 자발적인 도약이었고, 새롭게 내미는 도전장이었다.

경력직 영업사원에게 주어지는 부담감을 마다하지 않고 힘든 사이트를 도맡아 성과를 이뤄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놓고 업데이트를 하였다.


출발점에서 5년이 지난 지금 갑동A와 갑동B. 아직까지는 외형적인 차이는 크지 않다. 어쩌면 좌충우돌하는 갑동B보다 A의 삶이 더 안정되어 보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10년 쯤 뒤라면 어떨까? 두 사람은 서로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의 격차는 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갑동이가 선택하게 될 걸어온 두 가지 길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든 그것은 우리의 의지에 의한 결정이다. 운명이나 행운에 의한 결정이 아니다. 방향지시등을 켜고 우회전을 하던지 좌회전을 하던지 핸들을 꺽은 건 부모님도 선배도 친구도 아니다.


아무튼, 갑동A든 갑동B든, 그의 나이는 이제 20대를 훌쩍 넘어 30대가 되었다. 영업의 룰도 이제는 몸에 익었다. 자신의 적성에 딱 들어맞는다고 할 수는 없어도, 자신을 그 일에 맞추기에 불편하지 않았다. 성실하게 보낸 5년 덕택에 조직에서도 인정을 받았고, 스킬과 노하우도 배웠다. 어지간히 까다로운 고객이라도 순식간에 아이처럼 고개를 끄떡이며 고분하게 만들 자신감도 얻었다. 바야흐로 영업적인 사람이 된 것이다.

적당한 소비와 저축을 통해  5000만원쯤 되는 돈을 은행에 넣어두었지만, 만족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니다. 안정된 미래는커녕 서울에 전세 원룸 한 칸 얻기도 힘든 금액이다.


3. 비즈니스를 시작하자.


한 푼 두 푼 저금을 하면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은 더욱 강해졌다. 의욕만으로는 할 수 없다. 막막하다. 보물섬을 찾겠다고 무작정 바다로 노를 저어 나간 심정이랄까. 당장 직장을 그만두어도 될 만한 노하우나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약간의 경험과 자신감, 그리고 젊음이 전부이다. 어느 세월에 보물섬에 다다를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던 차에 갑동이의 눈을 번쩍 뜨게 한 만남이 있었다. 업무 차 알게 된 모기업의 Y대리와 점심을 먹게 되었다. 구매 담당자이기도 한 그는 알고 보니 세컨드 잡을 갖고 있었다. 퇴근 후면 정장을 벗어던지고 의류사업가로 변신하는 거였다. 매일 밤마다 어둠이 내린 동대문으로 달려갔다. 학창시절 동대문에서 아르바이트 경험을 살려서 동대문에서 의류도매업을 하고 있었다. 남다른 패션감각과 도매장사의 노하우를 속속들이 꿰고 있던 것이 큰 힘이 되었다. 여러 매장을 돌며 구매를 한 옷들은 당일 저녁 버스에 실려 전국 각지의 소매점으로 흩어졌다. 대학 때부터 끈을 놓지 않았던 덕택에 몇몇 단골 사장님들과 꾸준히 오더를 이어갈 수 있었다. 자랑할만한 two job임에는 분명하지만, 이거 하나로 독립선언을 할 만큼 완전한 비즈니스로 무르익지는 못한 모양이다. Y대리는 기회를 엿보고 있다. 바로 지금이다. 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 그는 주저하지 않고 올 인을 하리라.

Y대리와의 이야기를 듣고 갑동이도 용기를 얻었다. 내 비즈니스를 해 보리라. 돈을 벌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비즈니스는 자유를 줄 수도 있다. 우선 1인 기업을 하기로 다짐을 했다.

현업을 하면서 만나고 있는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아이템을 찾아서 사업화시키는데 성공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의욕 있는 출발이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벽에 부딪혔다. 우선 영업이 다르다. 회사의 이름을 걸고 했던 영업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고객과 첫 거래를 트기까지 훨씬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했다. 준비한 자금은 조금씩 바닥을 보였고, 마음은 더 조급해졌다.

비용을 줄이느라 시작한 재택근무도 수월하지 않았다. 듣기엔 꽤나 편리하고, 능률적이고 낭만적인 듯 싶지만, 막상 해보니 자기를 관리하는 일이 남을 관리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안되겠다. 밖으로 나가자. 마음을 먹고 오피스텔을 구하러 나섰다. 한 칸짜리 오피스텔이라도 얻어놓아야 폼이 날 것 같았다. 아니 폼보다도 기왕 나선 비즈니스 간판이라도 하나 걸어놓고 제대로 붙어보고 싶었다. 적당한 오피스텔을 얻어 책상도 두어 개 넣고 PC도 올려놓으니 이제 제법 사무실 모양이 나왔다. 대신 이제부터는 배로 늘어난 고정비용이 걱정이다.


처음 한두 달은 넘어갔지만, 사무실 비용도 예상보다 많이 들었다. 월세는 기본이고, 점심값에 전기료, 주차료, 관리비 등등 적은 돈은 아니다. 이러다가는 보증금이 위태하다. 사무실을 함께 쓸 사람을 구하러 벼룩시장에 광고를 냈다. 갑동이가 시도한 최초의 동업 시도였다. 조건을 협의하다 창가를 양보하고 겨우 절반을 쓰겠다는 사람을 찾았다. 계약과 동시에 사무실 비용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기대 밖의 보너스도 생겼다. 예를 들어 점심시간이나 외출 중일 때 핸드폰으로 착신 전환하는 것보다 누가 전화를 받아주고 메모를 남겨주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낯선 사람과 익숙해지고 서로 하는 일을 조금씩 깨쳐갈 즈음, 갑동이는 진정한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단순히 사무실만 나눠 쓰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비즈니스에서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사람.
사람이 필요했다. 각자의 힘으로는 풀리지 않는 비즈니스가 힘이 합쳐지면 해결책을 만들 수도 있다. 1 + 1 = 2가 아니라 3 혹은 4를 넘어 10이 될 수도 있다. 그 파트너가 직원일 수도 혹은 사무실을 나누어 쓰는 그가 될 수도 있다.

무릅을 내리쳤다. 결국 성공의 키워드는 사람이고, 파트너이다.


(나가면서)


K군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불과 입사한지 두 달만의 일이다. 요즘은 구직난 못지않게 구인난도 심각하다. 어렵게 구한 직원이라 만류를 해봤지만, 결정을 돌이킬 수 없었다. 그가 보여준 역량은 기대 이상이었다. 실수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앞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을만한 아까운 인력이었다.

퇴사 이유는 커리어관리라고 했다. 그는 4년 동안 일했던 통신계통 경력을 살리고 싶다고 했다.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막연한 기분만으로 입사를 결정할 정도로 경솔한 사람은 아니다. 2달 만에 변심을 한 것을 보니 무언가 그를 충족시키지 못한 부분이 있었나 보다.

회사가 무언가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개인이 조직 안에서 비전을 찾지 못하는 고용관계는 참 불안하다.


K군은 앞으로 3년 정도 통신계통에서 경력을 더 쌓은 뒤, 통신업에서 자기 비즈니스를 해보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 그 정도의 실력과 성실함이라면 능히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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