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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02   Golf Story in Thailand (2)


Golf Story in Thailand
여행스케치 | 2006/09/02 16:22

1.골프시작!

골프를 시작하는 것에 망설였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돈이였다. 골프 대중화 어쩌고 얘기들은 많지만, 아직도 상당히 비싼 스포츠임에는 사실이다. 우선 클럽과 기타 악세사리를 사는데 백만원, 실외연습장에서 레슨을 받는 것도 석달이 기본이다. 얼추 백만원은 든다. 이건은 단지 골퍼가 되기 위한 진입비용에 불과하다.
진정한 골프의 매력은 필드에 있기 때문이다. 필드로 나가기 위해서는 4인 기준에 100만원 든다고 한다. 퍼블릭코스의 경우에도 1인당 십만원은 기본이다.
이러다 보니, 한국의 대중골프는 눅눅한 지하에서 벽치기나 하는 실내연습장에서나 실현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골프를 멀리 한 또 하나의 이유는 어쩌면 아빠의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아빠는 골프를 싫어하셨다. 할 일없고,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들이나 즐기는 운동쯤이라 여기셨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골프가 운동경기가 아닌 영업을 위한 하나의 tool로 사용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나는 그것이 싫었다. 영업을 하기 위해서라면 굳이 번거럽고 비싼 골프장에 가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였다.
운동과 일을 혼동하는 것도 싫었고, 일을 핑계로 배우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번 여름에 나는 골프를 배우게 되었다. 골프를 배우지 않으면 안될 만한 일이 생겼다.
대학친구인 T가 다니는 회사에서 거래처를 대상으로 태국 골프패케지를 준비했는데 공석이 2장이 생긴 것이다.
완전 공짜는 아니지만,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였다. 그렇게 우리 셋은 나란히 태국행 티켓을 끊었다.

출국일을 3주 남기고, 회사 옆 실내골프연습장에 등록을 했다. Half Swing까지는 올리는 것을 목표로 맹연습에 들어갔다.
score는 제쳐놓더라도 폼이라도 그럴싸하게 만들어야 했다.
사무실과 바로 붙어 있는 건물이라, 짬짬히 시간을 내어 연습을 했다.

출국을 이틀 앞두고, Half Swing이 완성(물론 자의적인 판단이다.)되었다. 이제는 실전이다.


2.태국 골프여행

T와 S가 내 옆에 나란히 앉았다. 이 친구들과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 한번, 졸업하고 한번 일본여행을 갔었다. 벌써 10년 가까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서른 중반이 되어버린 나이, 그리고 각자의 가정과 각자의 고민이다. 성격은 처음 만났던 16년 전과 지금과 비교해서 그다지 달라진 것은 없다. 셋이서 함께 떠난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의미있는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콕의 신공항이 건설 중이라고는 했지만, 돈무앙공항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왠지 마음이 놓였다. 3번째 찾아 온 방콕이지만, 새로 지어놓은 공항에서 출국수속을 했다면 옛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기분을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대신 모델하우스 구경하는 것 같은 어정쩡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방콕 특유의 칼칼하고 캐캐한 냄새가 매연과 섞여져 공항 주변에 자욱히 깔려 있었다. T가 예약해둔 호텔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T는 Sukhumvit거리에 있는 Majestic Grande Hotel을 선택했다. 가봤냐? 물어보니 고개를 저으며 Hotelpass.com에서 우호적인 리플이 가장 많이 달린 곳이라고 설명했다. T다운 선택이다.

내가 알기로 호텔에는 2가지 종류가 있다. 로비가 화려한 곳과 로비보다는 다른 곳이 충실 한 곳이다. 중국여행 중에 내가 거쳐간 호텔은 불행히도 대부분 전자였다.
Majestic Grande Hotel은 도착하자 대번에 이 곳이 후자에 속하는 호텔일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로비가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의 첫날 밤은 대부분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여행을 떠났다는 사실에 아직도 마음이 들떠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늘을 충전하기에는 아직 에너지가 많이 남아 있었다.
정확하게 5시간을 잔 뒤, 눈을 떴다. 그 정도면 낯선 호텔 침대에서의 첫날 밤 치고는 성공적이였다. 기내에서 시달렸던 5시간을 보상받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호텔에 대한 나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숙박권에 포함된 조식은 제각기 까다로운 입맛을 갖은 세남자를 만족시켰다. 조식을 서빙하는 웨이트레스도 훌륭했다. 역시 서버스로 먹고 사는 나라다웠다.
호텔의 겉모습과 규모보다는 직원의 환한 미소나 손끝에서 이어지는 서비스가 휠씬 고객의 마음 깊이 남겨지는 법이다.


3.방콕의 골프장

아침을 먹고 내려가니 현지 여행사가 보내 준 셔틀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클럽하우스까지는 한 시간이 채 안걸렸다.

S가 우기는 바람에 반바지로 갈아입고 그린으로 나갔다.
초등학교 3학년인가, 4학년인가 난생처음 스키장에 갔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탁트인 슬로프. 그 때는 달려가서 뒹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지 못해 뛰어나갔다가 혼쭐이 났었다.
이제는 잔디를 뭉개고 뛰어다니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았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시야에 걸리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덕분에 대통령골프, 아니 대통령할아버지 골프를 칠 수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오전 부킹은 현지인들도 피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이를 무시하는 한국사람 덕분에 Korean time이라 부르기도 한다고 했다.
이것도 모르고 반바지를 입고 필드에 나갔으니, 정말 끔찍한 일이였다.

노련한 캐디가 우리 일행을 이끌고 첫 번째 홀로 데리고 갔다.
비행기를 타기 전에 3주 특훈을 받기는 했지만, 막상 필드에 올라보니 실전과는 차이가 많이 났다. 드라이버는 잡아 보지도 못했기 때문에, 첫타부터 7번 아이언으로 시작했다.
볼이 맞는 순간, 손끝에 전해지는 울림이 짜릿했다. 연습장에서의 벽치기와는 전혀 달랐다.
T와 H가 제각기 훈수를 드는 바람에 폼이 틀어지기도 했지만, 몇십 야드를 날아가면서 시야에서 멀어져 가는 볼은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했다.

오전의 아홉 홀을 돌고, 점심을 먹었다. 조금씩 그린에 적응이 되어가면서 게임에 집중하게 되었다.
단지 잊고 있던 것은 폴로반바지 끝단이 시작되는 곳에서 양말로 덮혀지는 곳까지 정확하게 노출된 피부가 태국의 자외선에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그대로 익어가고 있다는 사실이였다.

양 종아리가 얼마나 SOS을 쳤을까? 넋나간 주인을 얼마나 원망했을까? 잠시 뒤, 이 사태를 방관했던 나는 그 댓가를 치뤄야만 했다.

밖에서 봤을 때는 볼만 잘 치면 되는 운동이겠거니 했지만, 막상 그린에 올라서니 이것저것 따지는 것이 많았다.
골프는 예절스포츠이니, 나의 play가 상대방에게 방해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H가 주의를 주었다.
웃기시네. 그런 rule따위는 귀에 들어오지도 관심도 없었다. 우선 이 쇠막대기에 볼을 맞히고 볼 일이였다.

결국 18홀을 다 돌때까지 드라이버는 휘둘러보지도 못하고, 아이언으로만 라운드를 마쳤다.

샤워룸에서 일본인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났다. 예순쯤 되셨을까? 요즘같은 고령화 사회에서 오지이상(할아버지)하고 부른다면 대번에 역정을 내셨을지도 모른다.
그 동안의 세월에 지쳐 몸은 탄력을 잃었고, 머리는 하얗게 세었지만, 어디선가 멋스러움과 여유가 흐르고 있었다.
한눈에도 노년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계신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부러웠다. 나도 저분의 나이에 저런 여유를 갖고 싶었다.

말년운은 곧 자식복이라고 했다. 어느 점쟁이가 한 말이다.
자식을 키워놓고 바라보기만 해도 큰 기쁨이 되겠지만, 자식을 낳고 기르는 것을 통해 인생의 진정한 맛을 깨닫게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자식복이나 자식운이라는 말보다는 어떻게 자식을 기르냐에 따라 노년이 좌우된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싶다.
부모가 열심히 살고, 자식을 좋은 쪽으로 가르친다면 결국 그 복은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

4.병원

이번 여행에서 병원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첫날 골프장에서 몽땅 타버린 두 종아리는 좀처럼 내릴 기세가 아니였다.
아침을 대충 때운 뒤, 예약해둔 골프장으로 향했다.
어제 갔던 골프장보다 조금은 먼 듯 했지만, 대신 더 조용했고, 경관도 빼어났다. 다만 억울했던 것은 골프를 즐길 수 없었다는 것이다.

3번째 홀을 마친 뒤, 캐디에게 부탁해서 클럽하우스로 카트를 몰았다.
오늘은 긴 바지를 꺼내 입었지만, 가만히 서있으려해도 두 다리가 가만히 내버려 두질 않았다. 야단법석이였다.

집을 떠나면 한 두 차례 병원신세를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중국 청도와 태국 치앙마이, 그리고 캐나다와 미국에서 한 두 차례 잔병치례로 갔던 적이 있었다.
이번 화상은 썬탠크림도 안바르고 태국의 강렬한 태양에 나섰으니 인재라 한 만한 일이였다. 주인을 잘 못 만나 짓무른 종아리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약이 필요했다. 열기가 가시기만을 기다리기에는 다리가 너무 욱씬거렸다.
다행히 외국인을 위한 병원이 우리 호텔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었다. Bumrungard International Hospital의 시설과 서비스에서 선진국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셔틀버스에 내리자 대기하고 있던 조무사가 나를 휠체어에 옮겼다.
조금은 창피했고, 나 보다 더 중한 환자를 위해 "I'm OK"라 했지만, 나를 내려주기는 커녕 혹시 도망가기라도 할까봐 그런지 접수창고로 나를 몰고 갔다. 접수 데스크의 직원들의 영어실력 또한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휠체어에 앉아 있던 시간은 30분도 채 못됬지만, 거기서 바라본 세상은 새로운 모습이였다.
이 정도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봤을 때가 언제일까? 초등학교 2,3학년 쯤 되지 않았을까?
마치 타이머신 기계에 앉아 단숨에 25년 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그러나, 열살짜리 어린아이처럼 편안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다리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은 단지 유리문이 열리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일이 아니였다.
튼튼한 두 발로 딪고 서있는 사람들이 위압적으로 느껴졌다. 무서웠다.
병원의 모든 사람들은 따뜻하게 대해주었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한시라도 빨리 일어서고 싶었다.

그 날 밤, 이상한 꿈을 꾸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하신 유홍준 교수(지금은 문화재청장이시다. 교수라고 하면 서운해 하실지도 모르니, '님'을 붙인다.)님을 집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것이다. 무슨 이유였는지 교수님을 집에 모셨다.
요즘 서점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모방한 짝퉁책이 깔려 있으니, 절대 사지 말고 멀리하라고 당부를 하셨다. 2층에 고스란히 남아있던 형 방에는 나이키 반팔 티셔츠 5장이 침대 위에  있었다.


5.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TG656을 탔다. 30분이면 인천공항에 도착한다는 기장의 방송이 귀찮게 흘러나왔다. 인천은 늘 반가운 곳이다. 특히 여행이 예정보다 길어지거나 길게 느껴졌을 때 더욱 그렇다.
동그란 창문 너머로 영종대교가 내려다 보였다. 여기저기 닥치는대로 떠돌아 다니던 철부지 여행자일 때와는 조금 다른 아쉬움이다.

문득 96년에 내가 적어 놓았던 꿈이 생각난다. 7년 간의 세계여행을 하고 싶다고 적었었다. 어쩌면 그 꿈은 이미 이루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비록 7년 내내 여행을 하고 다닌 것은 아니였지만, 상당기간 또 상당히 멀리 여행을 했고, 여행을 통해 그 때 원했던 바를 얻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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