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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9   비즈니스 라이벌 (1)


비즈니스 라이벌
Biz Diary/Biz를 위한 잡동사니 | 2006/12/19 09:42
 1. 서론


중학교 때의 기억이다. 나와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며 시시콜콜 나를 쫓아다니던 A는 기어코 나와 같은 반에 배정받았다. A와 나는 한 동네에서 자란 ××친구이자 서로 물러설 수 없는 라이벌이었다.

중학생이 되자, 우리는 주먹의 세기만으로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중학생쯤이 되면 슬슬 인생이 복잡해지는 시기이다.

주먹은 물론 공부와 외모에서 난 어느 하나 A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A의 체구는 山만큼 커졌고 이제 나보다 두 세 체급이 올라간  그 녀석과 주먹을 겨룰 만큼 무모하지 않았다.
나름 샤프했던 나의 외모가 산돼지가 되어버린 A녀석보다는 최소 몇 계단 위였음을 의심해본 적은 없었다. 다만 당시에는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조사기관이 부재했던 시대였다. 게다가 A는 교내에서 은밀하게 돌던 앙케트에 적힌 나의 신화적인 인기순위를 보고도 콧방귀를 낄 만큼 막되어먹은 중학생이었다.


남은 것은 공부밖에는 없었다. 결국 성적표에 찍혀 나오는 석차로 녀석의 코를 납작하게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3학년에 올라가기 전에는 뒷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곤 했지만, 이제 마음을 고쳐먹고 책을 펼쳤다.

물론 그렇게 마음을 먹은 것에는 A 말고도 두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아무튼 중학교를 졸업할 때가 되자 A은 감히 나와 나란히 앉을 수도 없을 정도로 여유 있게 따돌릴 수 있었다. A는 덩치만 계속 불어갔지, 머리는 오히려 점점 작아진 것처럼 보였다.

돌이켜보면 A는 나의 좋은 라이벌이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아니 나의 주먹이 A보다 강했다면, 공부에는 별다른 흥미를 갖지 않았을 것이다.


기업에게도 라이벌이 있다.

이 라이벌을 어떻게 상대하느냐(혹은 관리하느냐)에 따라 라이벌은 기업에게 영양제가 될 수도 있고, 성장을 가로막는 장해물이 될 수도 있다.

좋은 라이벌이 있다면, 그 기업은 짧은 시간 안에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또한 늘 경쟁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마치 예방접종을 한 것처럼 면역력이 강화될 것이다.



2.라이벌 Analysis


우리도 비즈니스를 하면서 좋든 싫든 여러 라이벌을 만났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오늘 날의 A××과 N××은 없었을 것이다.


1) A××의 라이벌


A××과 비슷한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 중에 K사가 있다. 누나가 A××을 시작하기 전, 5년 동안 근무했던 곳이 바로 K사이다.

물론 직원으로 일을 했지만, 누나는 K사의 창립멤버였다. 그 안에서 배웠던 노하우와 경험이 지금의 A××을 일으킨 밑거름이 되었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A××의 사업 초창기에는 K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적당하게 벤치마킹하면서 사업을 시작하였다. 단지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K사의 시장을 넘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넘볼 수가 없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에겐 K사와 어깨를 견줄 만한 힘이 없었다. 영업조직이나 디자인, 그리고 생산공장까지 K사는 업계 최고였고, 우리의 기반은 미약했다.


K사는 여전히 견실하고 실력있는 모범적인 기업이다.

원부자재업체와는 지금까지 투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대금 결제도 깨끗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직원들은 회사 일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한다. 그러니 고객사에서도 능력을 인정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제 A××은 K사에 필적할 만한 라이벌이다. 그것은 시장에서 인정을 해준 결과이다. 물론 A××의 비즈니스가 자리를 잡기까지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K사의 존재 때문이다.

앞서 있는 K사를 바라보면서 차근차근 한 계단씩 밞고 올라섰다. 이제 우리도 추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 순간, 우리는 K사와 대등하게 어깨를 나란히 하였다.


물론 이런 과정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 3년 간 A××의 디자이너들이 만든 샘플만 하더라도 한줄로 세우면 족히 서초동 몇 바퀴는 돌 수 있을 정도이다. 샘플 하나를 제작하기까지 원단 소싱에서 장식 개발에 까지 우리가 흘려야 했던 땀과 정성은 어마어마하다.

주어진 기한 내에 샘플이 나와야 할 때에는 퇴근시간을 정할 수도 없었다. 주5일제이다 격주휴무다 하는 것은 다른 나라 얘기처럼 들렸다.

눈이 지독하게 내리던 겨울밤, 생산납기를 맞추기 위해 중국 하청공장을 찾아다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 K사에서는 A×× 이름만 나오면 벌벌 떨 정도라고 한다. 무서워서가 아니다. 경쟁심에 불타올라서이다. 건건이 부딪치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2) N××의 라이벌


N××의 라이벌은 누구인가?


비즈니스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엉뚱하게도 제조업체가 우리의 경쟁상대라고 착각을 한 적이 있었다.

제조에 기반을 두지 않은 우리가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체에 뒤지지 않는 가격과 규모에 대한 신뢰성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제조업체가 하는 비즈니스의 영역과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분명 넘지 못할 경계가 있었다.


N××의 라이벌은 공장이 아닌, 용산에 있음을 깨닫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용산에 있는 업체들은 매장에 재고를 쌓아놓고 방문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케이블을 판매하는 전형적인 유통업체가 대부분이었다.

그들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용산업체가 할 수 없던 다른 전략을 구사해야 했다. ‘Direct Sales’와 ‘Customer Service'가 그것이다.

우리는 고객을 먼저 찾아 나섰다. 고객을 만나고, 그들이 원하는 정확한 스펙을 확인했다.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N××이 책임을 지고 배송을 하였다. 또 하나 기존 용산업체들과의 차별화 한 것은 대금결제였다. 용산바닥에서야 먼저 결제가 이뤄져야만 물건이 출하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우리는 일정기간 여신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 작전은 주효하였다. 사업개시 1년이 되지 않아 우리의 비즈니스는 안정궤도에 진입할 수 있었다.


적을 알아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우리가 견줘야 하는 상대가 누군지도 모른다면 어떻게 승리할 수 있겠는가?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 내가 진정 경쟁해야 하는 비즈니스 라이벌이 누구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그는 이미 성공의 반열에 한 발을 걸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지금 내가 들어서는 출발점을 잘못 이해하고 게임을 시작한다면, 머지않아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요즘 용산업체들은 하나 둘 온라인으로 매장을 옮겨가고 있다. 쇼핑몰을 구축하여 서로의 고객을 뺏어오기 위해 치열한 쟁탈전에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것은 끝없는 가격 경쟁의 낭떠러지로 몸을 던지는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반면 우리는 레드오션에서 벗어나 새로운 라이벌을 찾아 나섰다.

우리가 바라본 것은 케이블이 사용되는 전산실이었다. 과거 3~4년 전 만하더라도 전산실의 크기나 전산장비의 숫자는 운영자들이 직접 커버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 등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데이터트래픽을 처리하기 위해 서버는 급격하게 늘었고 이를 수용하기 위해 전산실 또한 비대해져만 갔다.

자연히 우리의 역할도 단순 케이블 공급이 아닌 케이블 연결로 확대되었다.


그곳에서 우리가 만난 라이벌은 전산실에 기반을 닦아 놓은 시공업체들이었다. 지금까지는 이렇게 지역에 연고를 둔 업체에게 작업의 종류에 상관없이 턴키로 발주를 주고 있었다.

라이벌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만 한다.

고객에게 두 가지 측면에서 설득을 하였다. 통합배선과 리스크관리가 그것이다.

비록 지역 업체들은 영업적인 기득권을 갖고 있었지만, 전문성에서는 뒤떨어졌다.

시간이 가면서 비즈니스의 방향은 바뀔 수 있듯이 라이벌도 바뀔 수 있다. 처음 시작은 라이트급이라 해도, 체중이 10kg나 늘은 몸으로 여전히 라이트급 선수와 치고받는다면 체면이 서지 않은 일이다.



N××을 시작한 뒤, 우리가 먹고 사는 시장도 바꿨고, 시장에서의 우리가 제공하는 역할도 바뀌었다. 내년에는 우리가 상대하던 라이벌도 한 체급을 올려야 할 것이다.


내년에 우리는 제조 및 설계에 기반을 둔 Cable NI(Network Integrator)적인 색깔을 갖게 될 것이다. 이에 걸맞은 슬로건을 구상하고 있다. 좀 추상적이긴 하지만 아래 둘 중에 하나를 고를 생각이다.

- ‘The First & the Best Cabling’

- ‘Cabling Service Provider’


어제 우리에게 이를 갈던 용산업체들과 시공업체들도 내일은 우리의 협력사가 될 것이다.

이건 재미있는 사실이다. 경쟁사와 협력사는 종이 한 장 차이 밖에는 안 되는 것이다.



3. 결론 ; 라이벌과 함께 살아가기


대부분의 직장은 가만히 있어도 졸업하는 학교같은 곳이 아니다. 누군가를 따돌리지 못하면 결국 자신이 추락하는 것이 비즈니스 섭리이다.

그러나 때로 라이벌은 친구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서로의 피를 봐야 내가 살아남는 적이지만, 가끔은 서로의 고뇌와 외로움을 달래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라이벌이라고 반드시 같은 밥그릇을 놓고 다투기만 해서는 안 된다. 경쟁하면서도 내가 갖은 장단점을 돌이켜보고, 다른 시장으로 점프하는 기회를 엿봐야 한다.


성공하고 싶다면 성공모델이 되는 라이벌을 만들어야 한다.

비슷한 월급에도 늘 나보다 잔고가 넘치던 회사 동기. 우리 집보다 훨씬 멀리 살면서 나보다 먼저 나와 스윙연습을 하는 터벅머리 아저씨. 졸음을 참고 억지로 책을 붙들고 있는 내 앞에 서서 무슨 책인지 열심히 책장을 넘기고 있는 샐러리맨.

어찌보면 이미 나는 수많은 라이벌로 둘러싸여 있는지도 모르겠다.


중학교 친구 중에서 지금도 가끔씩 만나는 4명이 있다. (이 중에 A는 없다.)

한 때는 ‘오륜회’(동네 목욕탕이름에서 따왔다.)라고 고스톱 동호회를 만들 정도로 절친했던 친구들이다.

세월이 지나자 이제 제각기 길을 찾아 나름 열심히 잘들 살고 있다.

그 중 한 친구가 2년 전에 과천에 아파트를 샀다. 그 때만 해도 일산에 있던 멀쩡한 아파트를 팔아 자신은 무슨 빌라에 들어가면서 왜 저렇게 무리해서 사는지 모르겠다며 다들 한마디씩 했었다.

하지만 지난 주 송년회 모임에서 분위기는 완전 역전되었다. 얼마에 산 집이 지금 얼마라며 떠벌리는 모습이 진번 임둔군을 무찌르고 돌아온 주몽왕자보다 더 기세등등하였다.


살면서 주몽왕자의 승전보는 수없이 들릴 것이다. 4명 중 누가 돈을 왕창 벌었을 때, 두 배 쯤 넓은 새집으로 이사라도 갈 때, 누구네 집 얘가 공부를 잘해서 무슨 대학 수시모집에 합격할 때, 그럴 때마다 우리는 이런 은근한 라이벌의식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분발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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