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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여행 에 해당하는 글2 개
2007/07/30   바캉스 비즈니스 in Qingdao (1)
2006/09/02   Golf Story in Thailand (2)


바캉스 비즈니스 in Qingdao
Biz Diary/Other Biz | 2007/07/30 22:09

지난 제헌절 징검다리 연휴를 기회삼아 친구들과 중국 청도에 놀러갔다.
매번 출장 때문에 갔던 곳에 놀러갈 생각을 하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공교롭게도 디자이너의 QC출장과 일정이 겹쳐서 여차하면 넘어갈 준비를 해야 했다.

이번 여행의 사전 준비는 절친한 S가 맡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S의 후배 한명이 청도에 외교통상부 서기관으로 주재하고 있어서,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많은 수고를 해주었다.
외국에 주재한 영사관 업무라 하면 서류나 뒤적이다가 퇴근시간 땡 하면 나가는 한직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막상 후배를 만나보니 휴일에도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눈코 뜰 사이도 없었다.
올 해 들어 마음 놓고 쉰 휴일이 손에 꼽을 정도라 했다. 요즘에는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일정을 소화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특히 오는 8월이면 한중 수교 15주년이라 이를 기념하는 공식 행사 외에도 민간행사도 많이 잡혀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날 저녁에도 장나라 콘서트가 열리는 바람에 공항픽업도 다른 사람을 내보냈다.
실제로 얼마 전에는 비자업무를 담당하던 직원하나가 늘어난 비자 업무를 처리하느라 손목까지 다쳐 X-ray를 찍을 정도였다고 했다.
한중간의 비즈니스가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에피소드이다.

1. 찌모루시장

공항에서 우리를 픽업한 Y가 호텔에 짐을 풀기도 전에 데리고 간 곳은 찌모루시장이었다.
아시아 최대의 짝퉁시장이라는 악명으로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찌모루시장은 겉모습만으로는 그다지 색다를 것도 없는 평범한 관광시장의 모습이었다.
찌모루시장에 대한 평판은 좋지 않았다.
관광객이다 싶으면 무차별적으로 던지는 바가지 폭탄과 일단 값을 지불하고 돌아서면 품질에 대해서는 나몰라라식의 A/S 때문이다.
그럼에도 명품을 사랑하는 우리 관광객이 이곳 상인들의 현란한 상술에 걸려들면 어지간히 단단히 마음을 먹지 않는 이상 지갑은 열리게 마련이다.

시장 점포 90%는 한창 유행하고 있는 명품을 모방하여 대량생산한 B급 모조품 일색이다. 한두 집만 다녀 봐도 시장서 돌고 있는 그저 그런 제품에 금방 질리어 버렸다.
청도에서 5년째 머물고 있는 Y가 데리고 간 집은 그 동안 공을 들인 Y의 단골집이었다. 데려간 손님 족족 흡족해 한다며 자신만만하였다.
Y의 말대로 그 가게는 다른 가게와 디스플레이부터 달랐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몇 개의 특A급 모조품만을 올려놓고 손님을 맞고 있었다. 오리지날 명품과 90% 유사한 자재를 선별하여 같은 질감을 표현하였고, 소량 제작만을 고집하여 판매하고 있었다.
뜨내기손님이었다면 얼토당토않은 가격에서 네고를 시작해야 했겠지만, Y 덕분에 비교적 target price 근처에서 흥정을 할 수 있었다.
물론 10배 넘게 비싼 명품과 같은 품질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겠지만, 가격대비 만족도는 명품쇼핑과 견줄 바가 아니었다.
성공적인 쇼핑은 비용대비 얼마나 큰 만족을 얻는가에 달려있다. 이런 점에서 찌모루 쇼핑은 대성공이라 할만했다.


2. 청도 골프

1) 청도에서의 3번의 라운딩

새벽 5시에 모닝콜이 울렸다. 여독이라 해봤자 제주도 정도의 거리여서 새벽 알람에 눈을 뜨는데 부담스럽지 않았다.
이번 여행의 주목적이 골프라, 떠나는 날까지 매일 라운딩을 하기로 출발 전부터 결의를 했었다.

오늘 가는 골프장은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천태 골프장이다.
국내 정규코스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오히려 우리나라 골프장에 비해 확 트인 페어웨이 덕택에 드라이버에 힘을 뺄 수 있었다. 티샷에서 실수를 덕분에 그린에 쉽게 올렸지만, 그린 위에서는 홀마다 어김없는 3퍼트로 실력이 드러나고 말았다.
중간 몇 홀에서는 몇 타를 쳤는지 세고 싶지 않을 만큼 무너지는 습관도 여전했다.

셋째 날은 청도에서 다소 멀리 떨어진 해양골프장을 갔다. 청도와 연태 중간쯤 위치에 있는 해양골프장까지는 거의 2시간이 걸렸다.
대만 자본으로 지어진 이 곳은 18홀 중에서 13홀이 바다와 접해있는 전형적인 해안 골프장이다. 라운딩 중간 중간에 양떼가 지나가 잠시 플레이를 멈추고 숨을 돌리곤 했는데, 알고 보니 대자연에 돌아온 듯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연출한 풍경이라고 한다.

마지막 날 공항으로 나가기 전 아쉬운 마음에 마지막 티샷을 하려 국제골프장에 갔다. 청도시내에 있는 이 곳에서 공항까지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드문 산지형 골프장이라 그런지 오히려 익숙하게 느껴졌다.
새벽 댓바람부터 부지런히 라운딩을 돌았지만 한두 팀이 밀리는 바람에 18홀을 채우지 못한 채 짐을 꾸렸다.
3일 간의 집중훈련으로 가장 큰 수확은 필드 적응력이다. 이젠 실전에 나가도 부담감을 덜어서 탑핑이나 뒷땅을 치는 횟수가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라운딩 내내 앞 뒤 팀은 어김없이 한국에서 원정 온 골퍼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중국이라는 생각보다는 정말 인천시 청도구 쯤 되는 기분마저 들었다.
중국 원정골프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유 있는 주말골프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수도권 골프장에서는 접할 수 없는 확 트인 그린도 이곳의 자랑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한국인 유치를 위해 저렴한 그린피와 다양한 패키지상품을 개발하여 국내 골퍼들을 유혹하고 있다고 한다.
2) 중국에서 골프산업

골프라는 말조차 쓰지 못하게 할 정도로 엄격하게 통제했던 자본주의 상징 골프가 중국에 들어 온지도 어언 20년이 넘었다.
이제는 국가 경제발전을 촉진하는 장점이 부가되면서 골프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각 성의 골프장 숫자는 그 성의 GDP 및 외자유치 실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 자료가 발표될 정도이다.

최근 몇 년간 중국 정부는 골프장을 건설하면서 세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었다.
먼저 황폐하고 개발이 어려운 불모지를 개척하여 개발이득을 취할 수 있었고,
거기에 필요한 자금은 외국투자기업으로부터 어렵지 않게 빌렸다. 외국투자기업 입장에서도 중국 골프장 건설은 매력 있는 투자 상품이 된 셈이다.
외자 유치에 성공한 중국정부는 이번에는 골프장 운영을 통해 도시민들에 비해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농민들의 취업기회를 주었다.
이는 다시 지방세수에도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있다고 한다.

더욱 무서운 것은 중국 골프산업이 갖고 있는 어마어마한 잠재력이다.
내년 북경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골프 인구의 저변이 늘어 가면, 몇 년 안에 중국에서도 제2의 박세리, 아니 중국의 타이거 우즈가 나올 것이 분명하다.
그 때쯤이면 중국에서 즐기던 황제골프는 역사책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3. 관광중심 청도의 볼거리

청도는 중국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관광지이다.
우리 눈에는 그다지 이국적인 볼거리를 찾기 힘들지만, 중국 대륙에서 해수욕장을 갖고 있는 도시라는 것 하나 만으로도 많은 신혼부부들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덕분에 중국의 다른 도시들 보다 시내 거리는 항상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다.

청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칭다오 맥주와 맥주축제일 것이다. 또 다른 볼거리로는 인사동 분위기의 고문화거리와 19세기 후반 독일이 강점하면서 조성된 유럽풍의 근대적 건축물 등을 들 수 있다.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관광객을 끌어당길 만한 여행테마가 부족하다는 인상이 들었다. 그 중에서도 가족단위 여행객이 즐길 수 있는 놀이시설이 아쉬웠다.
그에 비해 호텔의 시설이나 서비스는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내년 북경올림픽을 대비하여 단단히 준비해 놓은 인상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부족하고 무언가 개선될 것이 있다는 것은 역으로 생각해보면 미래가 밝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디즈니월드, 씨월드, 유니버셜 스튜디오 등으로 둘러쌓인 미국의 올랜도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테마파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에 완벽한 해변과 그림 같은 별장들 그리고 세계최고의 골프코스가 어울려져 있다.
그러나 이미 수십 년 전에 성숙한 도시이기 때문에 앞으로 개발여력에 대해서는 기대할 것이 크지 않다.
그런 점에서 미숙한 청도가 갖는 매력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4. 청도의 콘도를 짓는다면?

지난주에는 하계휴가를 이틀 내어 만삭의 집사람과 함께 휘닉스파크에 다녀왔다. 겨울이라면 모를까 한 여름에 콘도에 갇혀서 뭐할까 걱정이 되었지만, 막상 가보니 겨울 못지않은 제2의 성수기였다.

야외활동을 즐기러 온 가족단위 여행객 외에도 하계 수련회 등 단체행사도 있었고, 여기까지 찾아온 이유를 가늠하기 중국 단체 관광객들까지 합류하여 휘닉스파크는 북적이고 있었다.
여름에는 무용지물일 것 같았던 스키 슬로프는 용도에 맞게 재치 있는 변신을 하였다. 폭이 넓은 슬로프 위에는 잔디를 심어 퍼블릭코스를 만들어 놓았고, 높고 좁은 슬로프는 꽃길로 단장하여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서 산책을 할 수 있게 마련해 놓았다.
내년 여름이면 워터파크 개장한다고 하니 이제 휘닉스파크는 스키와 골프, 스파시설을 모두 갖춘 복합레저공간으로 자리 잡게 될 전망이다.

콘도 1층에 내려가 보니 지난 해 착공했다는 제주도 섭지코지 휘닉스 아일래드 분양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설계부터 해외 유명 건축가들을 참여시켜 꿈의 해양복합리조트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세워 상당히 공격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한 듯싶었다.
‘한 번 들어온 손님을 내보내지 않는 체류형 복합해양리조트’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제주도가 갖고 있는 매력을 얕보는 것은 아니지만, 이 곳에 성공에 대해서는 자꾸 물음표가 찍혔다.
휘닉스 아일래드의 성공은 기본적으로 제주의 성공이 전제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제주는 수년 내에 해양스포츠의 메카로 거듭나겠다고 밝혔지만, 문제는 경쟁력이다.
요즘 제주도의 분위기는 싸하다고들 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지라는 타이틀이 부끄럽게도, 외자유치를 위해 추진 중인 제주국제자유도시사업은 다른 동아시아 경쟁 도시와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높지 않은 것으로 발표되었다.
지난 5월 타결된 한미 FTA로 제주의 생명산업이라 일컬어지는 감귤산업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연이어 발표된 제주 공군기지와 해군기지 건설로 시민들의 원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즈음 되면 기왕 바다를 건널 것이면 제주보다는 청도로 가는 것이 속편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요즘 유행하는 2nd House라면 서울에서 가까운 수도권에 있어야 실용성이 있겠지만, 어차피 일년에 한두 번 이용하는 콘도(혹은 팬션이라면)라면 좀 멀리 있어도 상관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청도까지의 체감거리는 제주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 게다가 한중간의 교역량 증가로 인해 경제적인 거리도 대폭 줄어들었다.
물론 단순히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회원권을 분양받거나 구입하는 것이라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재미삼아(재미로 살 수 있는 금액인지는 모르지만) 친구 혹은 가족 몇 명이서 청도에 콘도를 하나 사두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5. 바캉스 비즈니스

경기가 안 좋다고 하지만, 올 여름 7,8월 두 달간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은 36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서울 인구의 1/3이 해외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것이다.
그 숫자에는 얼마 전 중국 청도를 다녀 온 나와 친구들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해외여행객들을 한데 싸잡아 땀 흘려 벌은 외화를 낭비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과거 양담배를 피는 사람에게 벌금을 물리고, 매국노라 비난하던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물론, 가끔 TV를 보면 일부 여행객들이 해외에서 몹쓸 짓을 하다가 걸려서 소개되는 뉴스를 접할 때가 있다.
하지만, 외국에 나가 평소 못써보던 돈을 흥청망청 쓰고, 한국에서 못해본 것, 못 먹어본 것들을 하려고 기를 쓰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밖에 나가서 한국 여행자들을 만나보면, 다른 선진국 여행자들 못지않게 여행매너도 좋아졌고, 여행문화는 많이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해외에 나가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하고, 언어를 배우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다 바람직하고 권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여행수지가 누적 적자규모가 몇 십 억불에 달한다는 것이 아깝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돈 잃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정작 중요한 것은 여행이든 유학이든 아니면 이민이 되었든, 밖에 나가서 쓰는 돈 이상으로 우리가 배우고 건져 오는 것이다. 그럴 수만 있다면 간단한 숫자로 셈할 수 없는 이득이 될 것이다.

이제는 나가는 손님을 붙잡을 것이 아니라, 밖의 손님을 어떻게 끌어 올 것인지를 궁리를 해야 할 때이다.
일단 국내 관광의 경쟁력을 갖춰 놓게 되면, 밖으로 나가라고 떠밀어도 나갈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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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수 2011/05/10 15:32 L R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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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Story in Thailand
여행스케치 | 2006/09/02 16:22

1.골프시작!

골프를 시작하는 것에 망설였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돈이였다. 골프 대중화 어쩌고 얘기들은 많지만, 아직도 상당히 비싼 스포츠임에는 사실이다. 우선 클럽과 기타 악세사리를 사는데 백만원, 실외연습장에서 레슨을 받는 것도 석달이 기본이다. 얼추 백만원은 든다. 이건은 단지 골퍼가 되기 위한 진입비용에 불과하다.
진정한 골프의 매력은 필드에 있기 때문이다. 필드로 나가기 위해서는 4인 기준에 100만원 든다고 한다. 퍼블릭코스의 경우에도 1인당 십만원은 기본이다.
이러다 보니, 한국의 대중골프는 눅눅한 지하에서 벽치기나 하는 실내연습장에서나 실현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골프를 멀리 한 또 하나의 이유는 어쩌면 아빠의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아빠는 골프를 싫어하셨다. 할 일없고,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들이나 즐기는 운동쯤이라 여기셨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골프가 운동경기가 아닌 영업을 위한 하나의 tool로 사용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나는 그것이 싫었다. 영업을 하기 위해서라면 굳이 번거럽고 비싼 골프장에 가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였다.
운동과 일을 혼동하는 것도 싫었고, 일을 핑계로 배우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번 여름에 나는 골프를 배우게 되었다. 골프를 배우지 않으면 안될 만한 일이 생겼다.
대학친구인 T가 다니는 회사에서 거래처를 대상으로 태국 골프패케지를 준비했는데 공석이 2장이 생긴 것이다.
완전 공짜는 아니지만,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였다. 그렇게 우리 셋은 나란히 태국행 티켓을 끊었다.

출국일을 3주 남기고, 회사 옆 실내골프연습장에 등록을 했다. Half Swing까지는 올리는 것을 목표로 맹연습에 들어갔다.
score는 제쳐놓더라도 폼이라도 그럴싸하게 만들어야 했다.
사무실과 바로 붙어 있는 건물이라, 짬짬히 시간을 내어 연습을 했다.

출국을 이틀 앞두고, Half Swing이 완성(물론 자의적인 판단이다.)되었다. 이제는 실전이다.


2.태국 골프여행

T와 S가 내 옆에 나란히 앉았다. 이 친구들과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 한번, 졸업하고 한번 일본여행을 갔었다. 벌써 10년 가까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서른 중반이 되어버린 나이, 그리고 각자의 가정과 각자의 고민이다. 성격은 처음 만났던 16년 전과 지금과 비교해서 그다지 달라진 것은 없다. 셋이서 함께 떠난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의미있는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콕의 신공항이 건설 중이라고는 했지만, 돈무앙공항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왠지 마음이 놓였다. 3번째 찾아 온 방콕이지만, 새로 지어놓은 공항에서 출국수속을 했다면 옛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기분을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대신 모델하우스 구경하는 것 같은 어정쩡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방콕 특유의 칼칼하고 캐캐한 냄새가 매연과 섞여져 공항 주변에 자욱히 깔려 있었다. T가 예약해둔 호텔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T는 Sukhumvit거리에 있는 Majestic Grande Hotel을 선택했다. 가봤냐? 물어보니 고개를 저으며 Hotelpass.com에서 우호적인 리플이 가장 많이 달린 곳이라고 설명했다. T다운 선택이다.

내가 알기로 호텔에는 2가지 종류가 있다. 로비가 화려한 곳과 로비보다는 다른 곳이 충실 한 곳이다. 중국여행 중에 내가 거쳐간 호텔은 불행히도 대부분 전자였다.
Majestic Grande Hotel은 도착하자 대번에 이 곳이 후자에 속하는 호텔일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로비가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의 첫날 밤은 대부분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여행을 떠났다는 사실에 아직도 마음이 들떠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늘을 충전하기에는 아직 에너지가 많이 남아 있었다.
정확하게 5시간을 잔 뒤, 눈을 떴다. 그 정도면 낯선 호텔 침대에서의 첫날 밤 치고는 성공적이였다. 기내에서 시달렸던 5시간을 보상받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호텔에 대한 나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숙박권에 포함된 조식은 제각기 까다로운 입맛을 갖은 세남자를 만족시켰다. 조식을 서빙하는 웨이트레스도 훌륭했다. 역시 서버스로 먹고 사는 나라다웠다.
호텔의 겉모습과 규모보다는 직원의 환한 미소나 손끝에서 이어지는 서비스가 휠씬 고객의 마음 깊이 남겨지는 법이다.


3.방콕의 골프장

아침을 먹고 내려가니 현지 여행사가 보내 준 셔틀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클럽하우스까지는 한 시간이 채 안걸렸다.

S가 우기는 바람에 반바지로 갈아입고 그린으로 나갔다.
초등학교 3학년인가, 4학년인가 난생처음 스키장에 갔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탁트인 슬로프. 그 때는 달려가서 뒹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지 못해 뛰어나갔다가 혼쭐이 났었다.
이제는 잔디를 뭉개고 뛰어다니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았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시야에 걸리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덕분에 대통령골프, 아니 대통령할아버지 골프를 칠 수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오전 부킹은 현지인들도 피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이를 무시하는 한국사람 덕분에 Korean time이라 부르기도 한다고 했다.
이것도 모르고 반바지를 입고 필드에 나갔으니, 정말 끔찍한 일이였다.

노련한 캐디가 우리 일행을 이끌고 첫 번째 홀로 데리고 갔다.
비행기를 타기 전에 3주 특훈을 받기는 했지만, 막상 필드에 올라보니 실전과는 차이가 많이 났다. 드라이버는 잡아 보지도 못했기 때문에, 첫타부터 7번 아이언으로 시작했다.
볼이 맞는 순간, 손끝에 전해지는 울림이 짜릿했다. 연습장에서의 벽치기와는 전혀 달랐다.
T와 H가 제각기 훈수를 드는 바람에 폼이 틀어지기도 했지만, 몇십 야드를 날아가면서 시야에서 멀어져 가는 볼은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했다.

오전의 아홉 홀을 돌고, 점심을 먹었다. 조금씩 그린에 적응이 되어가면서 게임에 집중하게 되었다.
단지 잊고 있던 것은 폴로반바지 끝단이 시작되는 곳에서 양말로 덮혀지는 곳까지 정확하게 노출된 피부가 태국의 자외선에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그대로 익어가고 있다는 사실이였다.

양 종아리가 얼마나 SOS을 쳤을까? 넋나간 주인을 얼마나 원망했을까? 잠시 뒤, 이 사태를 방관했던 나는 그 댓가를 치뤄야만 했다.

밖에서 봤을 때는 볼만 잘 치면 되는 운동이겠거니 했지만, 막상 그린에 올라서니 이것저것 따지는 것이 많았다.
골프는 예절스포츠이니, 나의 play가 상대방에게 방해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H가 주의를 주었다.
웃기시네. 그런 rule따위는 귀에 들어오지도 관심도 없었다. 우선 이 쇠막대기에 볼을 맞히고 볼 일이였다.

결국 18홀을 다 돌때까지 드라이버는 휘둘러보지도 못하고, 아이언으로만 라운드를 마쳤다.

샤워룸에서 일본인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났다. 예순쯤 되셨을까? 요즘같은 고령화 사회에서 오지이상(할아버지)하고 부른다면 대번에 역정을 내셨을지도 모른다.
그 동안의 세월에 지쳐 몸은 탄력을 잃었고, 머리는 하얗게 세었지만, 어디선가 멋스러움과 여유가 흐르고 있었다.
한눈에도 노년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계신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부러웠다. 나도 저분의 나이에 저런 여유를 갖고 싶었다.

말년운은 곧 자식복이라고 했다. 어느 점쟁이가 한 말이다.
자식을 키워놓고 바라보기만 해도 큰 기쁨이 되겠지만, 자식을 낳고 기르는 것을 통해 인생의 진정한 맛을 깨닫게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자식복이나 자식운이라는 말보다는 어떻게 자식을 기르냐에 따라 노년이 좌우된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싶다.
부모가 열심히 살고, 자식을 좋은 쪽으로 가르친다면 결국 그 복은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

4.병원

이번 여행에서 병원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첫날 골프장에서 몽땅 타버린 두 종아리는 좀처럼 내릴 기세가 아니였다.
아침을 대충 때운 뒤, 예약해둔 골프장으로 향했다.
어제 갔던 골프장보다 조금은 먼 듯 했지만, 대신 더 조용했고, 경관도 빼어났다. 다만 억울했던 것은 골프를 즐길 수 없었다는 것이다.

3번째 홀을 마친 뒤, 캐디에게 부탁해서 클럽하우스로 카트를 몰았다.
오늘은 긴 바지를 꺼내 입었지만, 가만히 서있으려해도 두 다리가 가만히 내버려 두질 않았다. 야단법석이였다.

집을 떠나면 한 두 차례 병원신세를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중국 청도와 태국 치앙마이, 그리고 캐나다와 미국에서 한 두 차례 잔병치례로 갔던 적이 있었다.
이번 화상은 썬탠크림도 안바르고 태국의 강렬한 태양에 나섰으니 인재라 한 만한 일이였다. 주인을 잘 못 만나 짓무른 종아리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약이 필요했다. 열기가 가시기만을 기다리기에는 다리가 너무 욱씬거렸다.
다행히 외국인을 위한 병원이 우리 호텔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었다. Bumrungard International Hospital의 시설과 서비스에서 선진국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셔틀버스에 내리자 대기하고 있던 조무사가 나를 휠체어에 옮겼다.
조금은 창피했고, 나 보다 더 중한 환자를 위해 "I'm OK"라 했지만, 나를 내려주기는 커녕 혹시 도망가기라도 할까봐 그런지 접수창고로 나를 몰고 갔다. 접수 데스크의 직원들의 영어실력 또한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휠체어에 앉아 있던 시간은 30분도 채 못됬지만, 거기서 바라본 세상은 새로운 모습이였다.
이 정도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봤을 때가 언제일까? 초등학교 2,3학년 쯤 되지 않았을까?
마치 타이머신 기계에 앉아 단숨에 25년 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그러나, 열살짜리 어린아이처럼 편안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다리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은 단지 유리문이 열리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일이 아니였다.
튼튼한 두 발로 딪고 서있는 사람들이 위압적으로 느껴졌다. 무서웠다.
병원의 모든 사람들은 따뜻하게 대해주었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한시라도 빨리 일어서고 싶었다.

그 날 밤, 이상한 꿈을 꾸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하신 유홍준 교수(지금은 문화재청장이시다. 교수라고 하면 서운해 하실지도 모르니, '님'을 붙인다.)님을 집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것이다. 무슨 이유였는지 교수님을 집에 모셨다.
요즘 서점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모방한 짝퉁책이 깔려 있으니, 절대 사지 말고 멀리하라고 당부를 하셨다. 2층에 고스란히 남아있던 형 방에는 나이키 반팔 티셔츠 5장이 침대 위에  있었다.


5.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TG656을 탔다. 30분이면 인천공항에 도착한다는 기장의 방송이 귀찮게 흘러나왔다. 인천은 늘 반가운 곳이다. 특히 여행이 예정보다 길어지거나 길게 느껴졌을 때 더욱 그렇다.
동그란 창문 너머로 영종대교가 내려다 보였다. 여기저기 닥치는대로 떠돌아 다니던 철부지 여행자일 때와는 조금 다른 아쉬움이다.

문득 96년에 내가 적어 놓았던 꿈이 생각난다. 7년 간의 세계여행을 하고 싶다고 적었었다. 어쩌면 그 꿈은 이미 이루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비록 7년 내내 여행을 하고 다닌 것은 아니였지만, 상당기간 또 상당히 멀리 여행을 했고, 여행을 통해 그 때 원했던 바를 얻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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