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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海 出張
Biz Diary/A×× | 2006/07/17 20:00

1. 서론

얼마 전 G마켓에서 산 13.1인치짜리 노트북을 들고 공항리무진에 올랐다.
1박 2일의 짧은 출장이라 굳이 노트북이 필요한 것은 아니였지만, 과연 들고 다닐 만한 무게인지 궁금해서 기를 쓰고 가방에 넣었다.
2kg가 넘지 않는 것을 고르느라 고심을 했건만, 내 몸무게의 삼십분의 일 밖에 안되는 무게도 가방에 들어가니 상당한 부담이 되었다.
차라리 KC의 말을 듣고 조금 더 가벼운 12.1인치로 살 것 그랬나.. 후회가 되었다.
어쨌든 기왕 산 노트북이니 열심히 쓰는 수 밖에. 

인천공항은 주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게다가 비가 오는 월요일이여서 그런지 어디든 한산했다.

上海, 지난 2003년 중국여행에서 들렸던 때도 푹푹 찌던 한 여름이였으니, 정확히 3년이 되었다.

그 때는 절강성 이우에서 야간 침대버스를 타고 상해로 들어갔으니, 푸동공항은 이번이 처음이다.
푸동공항은 최신 설비나 규모, 이용객면에서도 과연 세계 정상급이였다. 건물 외관은 SF영화에서나 볼 법한  미래도시를 연상하게 할 정도였다.
중국 국제화의 최선방에 서 있는 도시의 공항답게, 공항청사 맞은 편에도 비슷한 모양의 건물이 올라가고 있었다.

3년 동안 물론 내가 살고 있는 서울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지만, 공항의 모습 만으로도 지난 3년간 김정일 위원장이 '천지개벽'이라 할 정도의 변화가 여기 상해에서 벌어졌음을 예감할 수 있었다.

입국수속을 기다리면서 인천공항에서 미리 로밍해 두었던 핸드폰으로 상해 Captain Hostel에 전화를 걸었다. Captain Hostel은 지난 여행에서 내가 머물렀던 곳이다.
가격이나 청결함이나 교통의 편리성이나 거의 면에서 low-budget traveller에게 최고점을 받을 수 있는 상해에 몇 안되는 완벽한 숙소이다.
하지만, 이미 상해는 여름 성수기에 접어들었고, 여름 방학을 맞아 중국을 찾은 세계 각국의 대학생들은 속속 상해에 들어와서 짐을 풀어 놓고 있었다.

Captain Hostel을 비롯하여 후배K가 알려준 쓸 만한 숙소 몇 곳에 전화를 걸어 봤지만 소용없었다. 미리 호텔을 예약하지 못한 나의 게으름을 탓해도 때 늦은 일이였다.

어차피 business를 위해 온 것이니, Hostel은 학생들에게 양보하기로 하고 공항info에 갔다.
대부분의 국제공항처럼 여기서도 Discounted Hotel을 예약을 부탁할 요량이였다.
예상대로, 아니 예상보다 손쉽게 공항info에 가기도 전에 훌륭한 business 호텔을 예약할 수 있었다. 호텔예약을 대행해 주는 agent  열 몇개가 우리처럼 어설픈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예약 대행 수수료로 100RMB 정도를 줘야 했지만, 충분히 그 만큼의 가치는 있었다.


2. 상해출장의 목적

A××을 시작한 뒤, 상해출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장이 있는 청도나 자재업체가 있는 광저우에 갈 때와 달리 상해에 간 것은 고객을 만나기 위해서이다.

사무실을 나오기 전에 이번 출장에 대해 누나와 잠시 얘기를 나눴다. A사 중국법인과 미팅에서 가급적이면 풀어놓기 보다는 그 쪽 이야기를 많이 듣고 오라고 당부를 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 상 우리가 준비한 것은 별로 없었다. 중국법인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A사 본사에게서 들었던 몇 마디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P사의 중국법인이 상해에 있다는 것. 그리고, 여기서 Promotion관련 업무 중 많은 부분 이관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 그 정도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A××의 영업테두리 중국법인을 포함시켜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물론 서울에 있는 P사의 본사 조직에게 대부분의 구매권한이 있고, 더 큰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지만, 대부분의 Promotion물품이 중국에서 들어오다 보니 P사의 경영진들은 '중국법인을 이용하여 생산공장과 직거래를 트고 이를 통해 유통마진을 줄여보겠다'라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A××의 입장에서는 빠른 시간 내에 상해에 영업교두보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였지만, A××이 직접 중국법인을 contact하기 위해서는 우선 두 가지 문제점을 풀어야 했다.

첫번째 우리는 중국법인이 찾고 있는 제조공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P사 입장에서 보자면 우리는 디자인을 대행하는 agent에 불과했다.

두번째 A××이 중국법인과 contact하고 있다는 사실이 본사 실무자에게 알려진다면 지금까지 쌓아왔던 본사와의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이 짙었다.
본사에 있는 실무자는 중국법인과 서로 자기 밥 그릇을 지키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기에 중국에서 제안하는 품목이 이뻐 보일리가 없었다.

결국 우리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이회사를 하나 만들기로 했다.
중국법인에게는 제조공장인 척을 해야 했고, 동시에 본사에는 A××의 중국비지니스가 노출되어서는 안되었기 때문이다. 오더가 본사에서 오든 중국에서 오든 우리에겐 상관없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D××이다. 명함은 이번에도 Hyuk이 맡아 주었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단순히 명함 한 장 주고 받는다고 오더로 이어질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본사 이상으로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이번 출장을 통해 '시작'이라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다른 출장과는 달리 이번에는 영업을 해야 한다. 우리회사에 대한 정보는 전혀 갖고 있는 않은 고객을 만나서 전문가라는, 믿고 일할 만한 공장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갖고 있는 Promotion에 대한 중장기 plan은 무엇인지.
국내와 중국 Promotion의 비중은 각각 어느 정도인지.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 내수시장에 대한 Promotion계획은 무엇인지.
그리고, 중국법인과의 거래조건이나 결제조건 등도 확인해야 한다.

생각해 보니, 매형과 둘이서 출장을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던데. 호흡을 맞추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어째든 내일이면 만날 수 있다. 조금 기장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기대도 된다.


3. 상해에서 J군을 만나다.

J군을 소개해 준 것은 후배K였다.
업무 상 중국 connection이 다양한 후배K에게 출장을 가기 전에 사람을 하나 소개해 달라고 부탁을 넣었다.
중국법인과의 일이 잘 될 경우, 상해에 머물르면서 A××과 중국법인 사이의 다리 역활을 해 줄 사람이 필요해서였다.
출장을 떠나기 전에 J군과 도착 한 날 저녁을 같이 하기로 약속을 잡아 두었다.

상해 인민광장과 난징루 중간쯤에 있는 우리 호텔로 J군이 찾아왔다. 전화 목소리 보다 짙은 경상도 사투리를 썼다.
난징루에 있는 일본식 패스트푸드점에서 저녁을 먹었다. 상해 최고의 번화가여서 그런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기표를 받아야 했다.
대부분 상해사람들은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손을 내저을 정도로 인식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타고 다니는 자동차, 먹고 있는 음식, 보고 즐기는 문화에 대해서는 전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J군은 이미 얼마 전에 미국계 반도체 회사로 자리를 옮긴 뒤였다. 때문에 우리 일을 맡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정중히 사양을 했다.
여기서 어떤 일을 어느 선까지 맡길 것인지 대략적인 윤곽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로 사람을 구할 수도 없는 일이라 상해비지니스의 경과를 지켜 본 뒤에 다시 알아보기로 했다.

샘플 배송같은 간단한 업무처리 수준의 일은 굳이 한국사람을 채용하지 않더라도 중국교포를 구해도 무난히 처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 정도의 일이라면 3 ~ 4천위엔을 줘야 한다고 했다. 원화로 환산하면 그리 큰 돈은 아니였지만, 청도에 비하면 곱절이나 비싼 액수였다.

상해의 인건비는 역시 최고 수준였다. 교통비도 3년 전에 비해 많이 올랐다. 피부로 느껴지는 물가는 서울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았다.
최근 3~4년 동안 불어닥친 개발 붐 덕분에 왠만한 집은 두 세배씩은 올랐다고 했다. 특히 한국사람이 모여사는 구베이(상해시 서남쪽)에서 방 두칸 짜리 아파트가 1억원이 넘는다고 하니, 이 정도면 우리나라 수도권과 비슷한 수준이였다.

하지만, 중국에서도 부동산 급등은 여러가지 사회적인 문제점을 야기했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의 급여는 월 이삼십만원이 고작인데, 이 돈으로는 이십년을 안쓰고 모은다고 해도 집 한 채를 사기 힘들다. 게다가 집값은 해가 갈수록 오르는 실정이니, 일반 서민들이 갖는 허탈감은 나날이 커질 수 밖에.
중국의 빈부의 차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이라고 했다. 상해에서 왠만한 고급 아파트의 경우에는 가정부가 사용하는 엘리베이터와 집주인이 사용하는 엘리베이터가 별도로 설치되어 있을 정도라고 했다.

물론 중국 공산당은 우리보다 적극적으로 주택자금대출(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값의 80%를 융자)을 해주었지만, 이로 인해 집값이 다시 오르는 부작용때문에 최근에는 대출을 강화하는 쪽으로 부동산 정책을 바꿨다고 했다.

J군과는 짧은 만남이였지만, 1년이 넘게 여기서 살고 있는 그를 통해 상해를 스쳐지나가는 여행자에게는 보여지지 않는 상해의 뒷 모습들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4. A사의 중국법인 방문기

8시가 조금 넘어서 슬금슬금 호텔에서 나왔다. J군과 먹은 어제 저녁이 부실했는지 배가 고팠다.

호텔에도 먹을 만한 아침 뷰페도 있었지만, 가격도 비싸거니와 상해시민의 출근모습도 구경할 겸 거리로 나왔다. 역시 대도시답게 부지런한 시민들은 일찌감치 거리를 꽉 메우고 있었다.
드문 드문 눈에 띄는 식당에는 간단하게 요기를 하려는 직장인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우리도 그들 틈에 껴서 중국식 아침식사에 도전하기로 했다.
어차피 봐도 모르는 메뉴라 앞에 선 사람이 시키는 것을 따라 시켰더니 다행히 먹을 만한 국수를 내주었다.

호텔로 돌아와서 check out을 하고 taxi를 잡았다. A사의 중국법인이 있는 Jiading은 우리가 있는 상해 중앙에서 서북쪽에 있었다. 30분 정도면 가지 않을까 했지만, 교통체증으로 인해 1시간이 조금 넘어서야 겨우 도착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도시고속화도로의 모습은 서울의 올림픽도로 못지않게 차들로 메어져 있었다.

우리가 찾아간 Jiading의 중국법인에는 A사의 제품을 생산하는 조립라인이 일부 있었고, 2층 사무실에는 한국에서 파견된 직원 몇 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주로 본사와 중국법인과의 protocol과 한국에서 사용할 Promotion용품을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업무를 담당한다고 했다.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한국의 agent회사들이 중국의 oem공장에게 주는 오더를 중간에서 intercept하여 직거래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인 셈이다.

중국법인이 Jiading에 세워진 지는 벌써 1년이 다 되어갔지만,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친 듯 했다.

본사의 예상과는 달리,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Promotion제품의 디자인과품질을 여기 앉아서 control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고 했다. 대부분의 원부자재업체들과 oem공장들이 Jiading과는 상당히 떨어진 곳에 있는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대신 중국법인은 control이 수월한 완제품을 선택했다. 중국 현지에 와서 직거래를 터가면서 A사는 agent와의 거래에 비해 대략 10%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물론 10%라면 적은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A사의 각 brand별 concept에 맞춰 디자인을 해 줄 수 있는 oem공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비록 아직까지 중국법인의 조직력이나 실적은 본사의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할 수 있지만, 그들이 중국에 와서 겪었던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통해 얻어간 노하우는 앞으로 중국사업에 있어서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본사와의 의견불일치에 대해 물어보니, 지금 당장은 실무자간의 불협화음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게다가 본사 경영진에서는 여전히 중국법인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업무 process에 대해 물어보니, 본사와 일을 했던 것과는 큰 차이는 없어 보였다. 대신 같은 중국에 있다는 지리적인 근접성으로 생산공장을 가급적 자주 실사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 얘기를 들으니 겁이 덜컹났다. 만약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원하지 않는 시기에 이루어진다면 영업 상 큰 타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였다.
매년 구정 전후로 발생되는 생산라인 shortage현상에 대해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발주한 오더가 다른 오더에게 눈 앞에서 밀려나가는 꼴을 어떻게 눈을 뜨고 어떻게 볼 수 있겠는가.
그런 일을 방지하고 대비책을 찾기 위해 중국법인이 여기 세워진 것인지도 모르지만.

명함에 적혀있는 D××에 대해서 여러 질문들을 받았지만, 최대한 간단하게 답을 해주고 일어났다.
중국법인을 나서면서 앞으로 중국법인의 방향성과 D××이든 A××이든 우리와의 비지니스 가능성을 점찍어 보았다.


4. 집으로 가는 길

Jiading에서 taxi를 타고 공항으로 들어가는 길에 본 푸동공항의 모습은 공항을 등지면서 봤던 모습과는 다뭇 달랐다. 커다란 요새 안으로 빠져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사무실에 돌아가면 이번 출장과 관련해서 몇 가지 해야 할 일이 있다.

1) 표면적으로 우리의 공장으로 내세운 B사에게 연락을 넣어 단도질을 잘 해야 한다. 어쩌면 중국법인이 이미 전화를 넣어 D××에 우리가 있는지 확인을 해봤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 다음 주라도 공장을 보러 내려가겠다고 할 수도 있는 일이다.

2) 미팅에서 요구받았던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철저한 준비가 뛰따러야 할 것이다. 우리가 그들이 찾던 oem공장이 아니라 단순히 한국에서 간 agent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하루 만에 밝혀진다고 해도 가급적이면 한 건의 오더라도 받은 뒤에, 제품 하나라도 선적을 한 뒤에 알려지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우리의 경쟁력이 어디에 있고, 우리의 역활이 무엇인지를 알릴 수 있다면, 본사와 그랬던 것처럼 중국법인과의 비지니스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중국 현지에서 brand에 맞는 concept을 직접개발한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여러가지 무리수가 따른다.

3) 중국법인과의 비지니스를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communication을 극복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언어의 불편을 얘기하는 것만은 아니다. 지리적은 communication도 극복해야 한다. 고객이 5분 거리에 있는 것과 5시간 거리에 있는 것은 상당히 큰 차이다.
D××가 마치 상해에 있다고 착각할 정도로 더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할 것이다.

4) A××의 합자 혹은 독자법인이든 중국 직접투자에 대해 시간을 두고 차분히 조사할 필요는 있다. 우리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넘어, 개성공단에 대한 조사도 필요할 듯 하다.


중국 동방항공 MU5051은 잠시 부릉 부릉 요동을 치는 것 같더니, 푸동공항을 힘차게 딪고 올라섰다. 하늘 위에는 MU5051이 떠오르기만을 한참이나 기다렸다는 듯한 표정으로 구름이 잔뜩 깔려 있었다. 잠시 뒤 비행기는 구름 위로 통통 튕겨져 올라섰다.
인천으로 가는 90분 내내 한 치 쉼도 없이 솜사탕 같은  구름다리가 놓아 있었다.
자그마한 창 너머로 눈높이가 비슷한 태양이 눈에 걸렸다.
서서히 아래로 미끄러지면서 무엇이 그리 안타까운지 죄없는 구름만 온 통 붉게 물들였다.
7월 11일의 태양은 그렇게 더운 몸을 식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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