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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육년 첫번째 중국 출장
Biz Diary/A×× | 2006/01/30 11:39
제목 : 이천육년 첫번째 중국출장

주제 : 승-승 합의점 찾기
- A×× vs 중국생산공장과의 생산일정 협의
- A×× vs 고객과의 납기에 대한 약속

Key Word :
- 변화하는 교남
- 중국의 인력난 : 술렁이는 工員, 엘란트라 기사 문성c
- 산동성의 중국교포
- 구정 전 선적을 위한 공장들과의 납기 싸움
-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승-승을 생각하라'
- 다시 고객과 담판


일어나자마자 커텐부터 걷어 제쳤다. 환한 아침이 눅눅한 호텔방으로 스믈스믈 들어왔다. 창 밖으로는 짙은 안개로 뒤덥힌 황갈색 벌판이 펼쳐져 있었고, 드문드문 안개를 뚫고 올라 서있는 공장의 높다란 기둥 몇 개만이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잡힌 출장 길이라 N××쪽 일은 모두 KC에게 떠넘기다시피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중국에서 쓰는 핸드폰은 아직까지 조용했다.긴급한 일이 생기면 이리로 연락을 넣으라고 당부를 했으니, 아직은별 일이 없는 모양이다.
몇 달 만인가.. 다이어리를 뒤져보니 지난 추석 때가 마직막 방문이였다. 넉 달쯤 된 것 같다.

산동성 끝자락에 있는 교남시은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변화하고 있었다. 청양에 있던 공장들과 결별하고 교남에 있는 V사를 우리의 제1공장으로 쓴지도 1년 반이 되어간다. 그 이후로 출장을 나올 때면 으레 교남에 먼저 들려 여기를 거점으로 업무를 처리하고는 했다.
교남시는 칭다오시의 위성도시로 인구는 아직 100만이 안되는 비교적 작은 도시이지만, 인민정부는 산동성 서해안 기획건설의 중심지로 교남시를 개발하기 위해 교남시 동쪽에 일지감치 '교남경제기술개발구', 광동성 심천과 같은 일종의 경제개발특구이다, 를 지정하였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머물고 있는 이 호텔 주변도 불과 5~6년 전만 하더라도 포장도 안되서 황무지에 먼지만 날리고 있었다지만, 근처에 커다란 공장들이 하나 둘 들어서면서 이제는 어엿한 산업단지로 조성되었다.
새롭게 들어선 도로과 아파트단지 덕분에 기존 교남의 구시가지에 비해 한결 깨끗하고 편리한 infra를 갖춘 새로운 도시로 변모하고 있었다.
특히 중국에서는 달마다 길이 하나씩 새로 뚫릴 정도로 전국적으로 도로망 확충에 혼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제는 교남에서 고속도로를 타면 산동성 최대의 도시 칭다오까지 한 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고, 칭다오까지는 뱃길로도 닿을 수 있기 때문에 지리적으로도 접근성이 뛰어난 곳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칭다오 시내까지 나가야만 볼 수 있던 5성급 호텔도 이 곳 교남에 건설 중이라 하니, 조만간 이웃 청양을 뛰어넘어 큰 산업도시로 성장하는 것이 시간문제로 보였다.
그 뿐 아니라, 교남시는 관광지로서도 큰 잠재력을 갖춘 도시이다. 중국 해안도시 중에서 이 정도로 깨끗한 해변과 아름다운 해안선을 갖고 있는 곳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웃 칭다오에서 2008년 북경올림픽의 해양스포츠가 개최된다고 하니 그 때 쯤이면 이 곳 교남도 관광지로서 제 역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남의 발전은 우리에게는 그다지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교남에 새로운 최첨단의 설비가 갖춰진 공장이 하나 들어 설 때마다 눈에 띄게 공원들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중국의 인력수급도 이제는 시장논리를 따라 냉정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새로 생긴 첨단산업공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휠씬 더 고된 일을 하면서 같은 급여를 받는다면 누가 이런 봉제공장에 남으려 하겠는가.
어쨋든 공장은 공장 나름대로 숙련공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나마 효과가 나타나는 유일한 방법으로는 급여인상 밖에는 없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칭다오, 청양에 비해 20% 이상 저렴하던인건비가 최근 몇 년 사이에 가파르게 올랐던 것이다.
중국생산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 저렴한 생산원가인데 그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올라간다는 것은 곧 그만큼 경쟁력을 잃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공장들은 아직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내륙지방으로 이전을 심각하게 검토하는 것도 바로 이 까닭이다.

몇년 전 현대식 시설로 새롭게 단장한 뤼팅국제공항에 내리자 못 보던 얼굴이 기다리고 있었다. 누나 얼굴을 알아보고는 안녕하셔요? 또박또박 얘기를 하는 것을 보니 교포사람인 듯 했다.
최근 출장에서 우리의 '발'노릇을 도맡아 하고 있는 Mr.Lee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나이는 아직 서른이 못 되었다고 했지만, 액면은 서른 중반 쯤으로 보였다.
매번 나갈 때마다 여기에 있는 현지공장에서 기사가 딸린 차를 빌리거나 택시를 대절해서 다니곤 했는데, 아무래도 불편한 점이 많았다. 우선 말도 통하지 않고, 또 우리 마음대로 마음 놓고 차를 쓰는 것도부담스러웠다.
다행히 Mr.Lee가 이곳 지리도 밝고, 어느 정도 눈치도 있는 편이라 여느 출장길보다는 휠씬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밥을 먹으면서 잠시 얘기를 나눠보니, 이런 운전기사를 직업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 듯 했다. 손을 봐도 고생을 한 흔적을 엿볼 수없었다.
지금 그가 몰고 다니는 차는 北京HYUNDAI유한공사,현대자동차가 중국과 합작해서 북경에 세운 회사, 에서 만든 엘란트라(우리나라의 아단테)XD였다. 중국에서 이 정도 차를 몰려면 상당한 돈이 필요하다.
아직 중국은 엄연한 사회주의 국가여서 자가용을 사치품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차를 사기 위해서는 상당한 액수의 세금을 감내해야만 한다. 그래서 동종모델일 경우 국내 가격의 1.5배나 된다고 한다. 막상 차에 타보니, 옵션이 막강했다. 겉모습은 아반테였지만, 차를 타보니 내부는 소나타에 뒤지지 않았다.
아무튼 Mr.Lee의 부모님이 다행히 비교적 여유가 있으셔서 이 차를 뽑아주셨다고 했다. 지금은 우리처럼 한국에서 출장나온 사람들을 위해 짬짬히 운전기사 알바를 하고 있었다.
Mr.Lee를 보니, 중국의 인력난도 한국과 못지않게 심각하다는 말이실감났다.
과거에야 인력난을 단순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양쪽을 저울질하는 것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이제는 중국에서도 그런 단순한 일차원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성질의 것이 아니였다.
할 일이 없다고 아무 일이나 닥치는데로 하던 시대는 지났다. 중국의 깨어있는 젊은이들은 이제는 자신의 눈높이에도 맞는 일을 찾아 나서고 있고, 또 자신의 비전과 일치하는 일을 하고자 한다.
아이가 벌써 둘이나 있다는 Mr.Lee도 그런 면에서 조금은 앞서 있는 젊은이이다. 물론 당장 처자식을 굶기지 않으려면 아무 공장이라도 들어가 잡일하는 것이 맞는 말이겠지만, 그런 일에 매달려 봤자 평생 그 울타리 밖으로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부모님께 얻은 차를 한 대를 밑천으로 틈틈히 지금처럼 알바를 뛰면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Mr.Lee는 교남에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는 백화점에서 어떻게든 점포 한 칸이라도 마련해서 장사를 시작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아무튼 그 덕분에 짧은 시간이였지만, 많은 공장을 살펴 볼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우리나라와 밀접한 곳이 이 곳 산동성이긴 하지만, 지금처럼 한국사람이 많이 살게 된 것은 얼마되지 않은 일이라 했다. 한국사람이 들어오면서 바늘에 실가듯이 중국교포들도 하나 둘 이 지역으로 내려와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이 곳 산동성 인근은 동북3성으로 일컬어지는 요녕성,길림성,흑룡강성 다음으로 큰 중국 제2의 한겨레사회로 급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1980년대 중, 후반부터 동북3성의 중국교포들이 이곳으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하여, 1990년 위해-인천간의 위동페리 항로의 개통을 계기로 한국으로 친척방문을 가고자하는 동북3성의 교포들이 구름처럼 몰려왔다고 한다.
영사관에서 배포한 자료를 보면 10년 전 만하더라도 칭다오시 소수민족인구 1만3천5백명가운데 중국교포의 숫자는 1000여명에 불과하던 것이 지금은 10만명이 넘는다고 하니 가히 폭팔적인 증가세라 할 만 하다.
한국사람도 IMF 이후 거의 두 배로 늘어나 지금은 칭다오에만 약 8만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아무튼 역시 중국은 중국인지라 어딜가든 한국사람보다는 중국교포의 수가 배 쯤은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갑자기 늘어난 한민족이 서로 얽켜서 제각기 둥지를 틀고 살다 보니, 같은 민족이지만 서로 괄대하고 배척하는 일들 심심치 않게 벌어졌다고 했다.
그러나 조금씩 서로의 기반이 안정되어감에 따라 한국사람과 교포들은 이곳 산동성에서 또 하나의 한겨레사회를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그리하여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이르러 상호 의존, 협력하는 한층 성숙된 민족공동체로 발전하고 있었다.


이번 출장의 목적은 구정 전 선적물량을 맞추기 위해 V사를 비롯한 생산공장들과의 생산물량을 조율하기 위해서이다.
말이 좋아서 조율이지 생산라인에 들어가 보면 치열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일 년 중에서 생산량이 가장 몰리게 마련인 이 시즌을 무사히 보내기 위해서 공장은 공장대로, 우리같은 발주업체는 업체대로 물량을 맞추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집에 가기 위해서 기차를 타고 사나흘 가는 것은 예사로운 일인 중국에서 명절을 앞두고 생산라인에 있는 나이어린 공원들이 들썩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공장입장에서는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어떻게든 받아놓은 물량을 마무리짓기 위해서 몇 일씩 밤을 새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휴가 다가 올수록 한명 두명 빠져나가면서 라인에 구멍이 생기기 마련이다.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해도 생산라인은 구정 전후로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생산량을 200%로 늘려도 될똥말똥한 납기가 구정시즌에 지켜진다는 것은 이처럼 어려운 일이다.
작년 이맘 때 우리를 고생시켰던 물방울 파우치가 눈에 아른거렸다.
그 때도 꼭 이 맘때 출장을 나가서 물량이 나오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던 기억이 난다.
그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작년에는 공장의 말만 믿고 어떻게든 실어보내겠지 안이하게 생각했다가 결국 막판까지 몰려서 공장으로 뛰어들어왔었고, 올해는 거의 한 달 전부터 연이어 우리 직원들이 번갈아 가면서 마라톤 출장을 나와서 두 눈을 부릅뜨고 생산라인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생산량은 생각처럼 맞아 떨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공장의 입장과 공원의 입장은 이해할 수 있지만, 어떻게든 고객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는 우리입장에서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구정 전 선적을 마쳐야만 했다.

생산스케줄을 맞추느라 하루종일 Mr.Lee와 함께 이 공장 저 공장을 돌아다니다 호텔에 돌아왔다.
가방을 풀다 말고 책 한권을 꺼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책을 펼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못 읽고 있는 책이다.
오후에 V사와의 미팅을 하다가 어렴풋이 떠올랐던 그 책에서 한 구절을 다시 찾아보았다.
'습관 4 승-승을 생각하라'
말 그대로 나도 이기도 상대도 이기는 이 패러다임은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고방식이다. 이런 경우에도 정말 승승적 사고를 할 수 있을까.
책에서는 대부분 사람들은 이분법적 관점, 즉 내가 이기고 상대가 지거나 아니면 상대가 이기고 내가 지는 승-패의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했다. 인생을 하나의 커다란 게임으로 보는 것이다. 누군가가 승리하면 누군가는 반드시 패한다는 Zero-Sum Game. 하지만, 인생이란 그런 종류의 race는 아니다. 마치 '부부 사이에서 지금 누가 이기고 있습니까?'라고 묻는 어리석은 질문처럼, 결혼생활에서 둘 다 이기지 않는다면 둘 다 지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라 했다.
책에서는 승-승의 관점이란 모든 사람에게 돌아갈 만큼 모든 것이 넉넉하다는 풍요의 심리에서 출발하여 보고 서로 이를 얻기 위해 제3의 대안을 찾자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했다.
양측이 모두 유익하다고 여겨지는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승-승의 정신으로 계속 협의를 해야만 찾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시너지적인 제3의 대안일 것이다. 이것은 어느 쪽도 혼자서는 생각해 낼 수 없었던 성과를 갖어 올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을 찾을 때까지 인내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만만한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신뢰,이 책에서는 '감정은행계좌'라 표현을 했다,가 부족한 상황이라면 더 더욱 그러하다.
'감정은행계좌'는 인간관계에서 구축하는 신뢰의 정도를 나타낸다고 한다.
상대방에게 친절하며 정직하고 꾸준히 약속을 지킨다면 우리는 감정을 저축하는 셈이 된다. 이처럼 지속적인 예입행위를 통해 서로 신뢰의 정도가 높아지면, 즉 감정 잔고가 많으면 보다 수월하게 의사소통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호 간에 신뢰가 없을 때 융통성이란 전혀 없다. 마치 지뢰밭을 걷는 것과 같아서 말을 할 때마다 사소한 것까지 모두 조심해야 한다.

지금 우리와 공장의 상황은 감정은행계좌의 잔고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넉넉히 채우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제3의 대안을 포기할 수도 없다.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우선 공장측에서 지킬 수 있는 생산물량을 정확히 파악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수량 만큼은 구정 전에 반드시 선적이 될 수 있도록 생산을 독려해야 한다.
나머지 구멍이 생긴 스케줄은 돌아가서 고객과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여기서 더 끌어안고 있어봤자 해결 될 것은 없었다.

결국 우리가 애초 고객과 했던 약속한 것을 지키지 못한 것은 우리의 책임인 것이다.
다만, 고객도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도록 현재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서 함께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한결 마음이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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