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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아이템, 새로운 조직
Biz Diary/A×× | 2007/11/18 22:46
이천 칠년이 막바지에 접어섰다. 남은 날짜는 한달 남짓인데, 하지 못한 일들을 여기저기 수두룩하다. 막달이면 세상은 온통 연말분위기에 휩싸이게 된다. 각종 망년회와 송년회에다 크리스마스까지 닥치면 정신이 혼미해 진다. 게다가 올 해는 그 와중에 새 대통령도 뽑아야 한다. 우왕좌왕하는 틈에 올 한해도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 버릴 것이다. 지나는 시간은 인간들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이제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벌여놓았던 일들을 정리해야 한다.


올 해 개인적으로 이뤄낸 가장 큰 성과, 아니 가장 큰 선물은 뭐니 뭐니 해도 사랑스런 딸 JH를 얻은 일이다. 업무적으로도 여러 의미가 있던 한 해였다.  외형적인 계획과 달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들쭉날쭉하던 A××의 비즈니스에서 밸런스를 잡을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한 것을 가장 먼저 꼽고 싶다.



1. 비즈니스 자리잡기


내년이면 우리사업도 6년차이다. 여기까지 끌고 왔으면 다들 이제 자리 잡았네 하지만, 막상 안을 들여다보면 상처투성이이다. 살벌한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며 사업입지를 조금씩 다져나갔지만, 여전히 사업기반은 불안정하고 사업 역량도 부족하다.

험악하게 돌아가는 비즈니스의 바깥 요인도 큰일이지만, 내부조직력의 부재가 더 골칫거리였다. 그러던 A××의 조직의 상처를 치유되며 새살이 돋아나게 된 것은 여름을 지나면서였다. 그렇다고 안심할 만큼 견고하지는 못하다. 굳게 다진 모래성일수록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1) 영업패턴의 변화


무슨 사업이든 초기는 어렵다. 소위 ‘영업 뚫기’가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A××이라고 무슨 묘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고객 헌팅을 위해, 인터넷을 뒤지기도 하고, 잡지를 뒤지기도 했다. 연결이 되면 무작정 찾아가 명함을 건넸다. 신규고객을 만드는 일은 어렵다. 기존의 거래처가 다져놓은 길을 부수고 새 길을 닦는 일이다. 

그러던 A××의 사업도 만 3년을 넘긴 뒤부터는 점차 영업패턴이 달라졌다. 신규고객을 확보보다는 기존 거래처를 단골로 만드는 일에 더 치중을 하게 되었다. 단골이 되려면 로열티를 갖도록 해야 한다.

늘 만나고 부딪히는 고객이라면 성향이나 예산을 예측하여 가려운 곳을 긁어 줄 수도 있지만, 막상 비즈니스를 하려면 더 힘이 들기도 하다. 서로 속사정을 낱낱이 알기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생명인 판촉시장에서 서로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면 실증이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장사에는 밑천이 필요하다. A××의 사업에서 밑천은 신선한 아이디어와 반짝이는 아이템이다. 신선한 횟감을 지속적으로 구해 올려줘야 식상하지 않는다. 우리 보따리가 바닥나면 고객은 곧장 새로운 업체와 만날 약속을 잡을 것이다.


새 고객 만들기에도 소홀하면 안 된다. 눈앞의 고객만 바라보다 스스로 세운 울타리에 갇히는 경우도 생긴다. 지금의 고객이 영원하리라 생각할 수는 없다. 게으름을 피우고 그 자리에 안주하는 순간 애써 다져놓은 입지가 무너질 수도 있다.


2) 디자인, 미션 임파서블


디자이너는 이름처럼 아름다운 일이 아니다. 우리처럼 고만고만한 회사의 디자이너라면 미의 추구와는 더욱 거리가 멀다. 제일 먼저 디자이너는 고객을 만난다. 고객이 원하는 컨셉을 잡아내야 한다. 두루뭉술한 컨셉을 갖고 쓸만한 샘플을 하나 만들기 위해서는 하루종일  원부자재 시장을 뒤집고 다니고, 마감시간 전에 돌아와 샘플실에 작업지시서를 넘겨야 한다. 완성된 샘플을 들고 오더를 받으려면 몇 번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고객을 만나 영업을 해야 한다.

그러니 디자이너는 붓보다는 사람을 잘 다뤄야 한다. 자재업체, 하청업체, 샘플실, 게다가 중국 생산공장 컨트롤까지, 이 바닥에서 어느 하나 만만한 사람이 없다. 미션 임파서블. 영화 못지않게 매끄럽게 처리해야 한다.

디자이너라고 해서 혼자 머리를 박고 조용히 그림이나 그리는 일이거니 하는 오해는 이쯤에서 접어두길 바란다. 사람을 끌고 다니고, 사람을 쥐어짜내는 터프한 직무이다.

그런 막중한 책무를 짊어져야 하는 소임이다 보니, 만 1년을 다니면 고참소리를 들을 수 있다.


얼어붙은 채용시장에서 신입디자이너를 구하는 일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입사한지 서너 달 만에 그만둬 버리기 일쑤이니 제대로 된 조직을 갖추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신입사원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신병교육대를 갓 나온 이등병에게 곧바로 최전방 실전에 투입한들 그들이 과연 아군과 적군을 구분이나 하겠는가? 그들에게 곧바로 역량발휘를 기대한다는 것은 무모한 도박과도 같다.

인재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정성을 들여 자라나는 화초와 같다. 급하다고 물을 잔뜩 주면 오히려 죽여 버리는 꼴이다. 뿌리가 깊지 않은 기업일수록 적당한 햇빛 아래 인내심을 갖고 공을 들여야 한다.


3) 팀워크 다지기


조직의 팀워크는 갓난아기처럼 여리고 소중한 생명체이다. 어렵게 피어난 팀워크를 견고하게 만들기는 더욱 어렵다. 점심마다 서로 먹고 싶은 메뉴가 다르듯, 전혀 딴판으로 생긴 사람이 모인 조직에서 불협화음은 일어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서로 잘났다는 믿는 디자이너를 모아 놓은 조직이야말로 이루 말할 것도 없다. 디자이너의 천성에는 협동이나 협력보다는 자기 뜻을 굽히지 않는 DNA가 강력하게 작용한다. 그런 사람들을 모아놓고 구령에 맞춰 노를 저어야 하니 막막할 때도 있다.

그러나 조직이라면 규율도 필요하고 위아래도 나눠야 한다. 문제는 이것을 억지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후 불면 저절로 굴러가게끔 자생력을 불어넣으면 된다. 그것이 팀워크이다.

생각해보면 불협화음이나 엇박자도 애교 있는 하모니가 될 수 있다. 장조와 단조가 기계적으로 들어맞는 곡은 지루하다. 가끔씩 엉뚱한 샾이나 플랫이 한두 개쯤은 붙여놓아도 괜찮다.



2. 새 아이템은 새 에너지가 필요하다.


A××의 기존 사업의 틀이 잡혀가면서 신규 아이템에 대한 준비를 시작하였다. 신규 아이템을 하게 된 계기는 자의반 타의반이었다. 우선 새로운 아이템을 찾자는 올 해의 미션 중에 하나였고, 마침 고객도 기존 아이템과는 차별화된 반짝 아이템을 원하고 있었다. 고객은 하나여도 그들의 요청은 열 가지, 스무 가지로 나날이 늘어갔다.


가방만으로는 고객의 샘솟는 욕구를 채울 수 없다. 고객의 눈이 번쩍 뜨일만한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하다.

기존의 디자인팀에서 신규 아이템 개발까지 업무를 넓히는 것은 무리라 판단되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다. 새 아이템에는 새 에너지가 필요했다.

당장 매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더라도 신규 아이템을 개발하기 위해 새로운 파트를 갖추기로 마음을 먹었다.


누구처럼 먼저 사업계획을 세우고, 영업 전략을 짜고, 조직을 정비한 다음 시장에 뛰어들면 너무 늦다. 언제나 영업이 제일 우선이다. 먼저 영업을 시작하자. 고객의 수요를 확인하고  거기에 들어맞는 아이템을 찾아내자. 그 다음 사업계획을 그리고, 전략을 짜도 늦지 않다.


- 새 조직 만들기


새 사업을 할 파트를 만들기 위해 직원 두 명을 뽑았다. 기존 디자인 파트에서 퇴직자가 한 명 있기는 했지만, 공격적인 채용이라 할 만하다. 사람이 늘면 그 만큼 부담감은 늘긴 하지만, 경기를 뛰려면 선수가 있어야 한다. 선수 없이는 승리도 없다.

몇 번의 연습경기를 통해 이렇게 하면 되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본격적으로 붙어도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사업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새 사업에서는 고객의 수요를 예측하기 어렵다. 꾸준할 리도 없다. 고객의 수요가 돌아올 때까지 가만히 있을 수도 없다. 입맛을 확 당기는 신제품도 준비해야 하고, 영업도 부지런해야 한다. 자주 찾아가고 자주 보여줄수록 지갑이 열리게 마련이다.


- 신규 사업의 파트너


지금까지 A××의 중국 파트너는 대부분 칭다오를 중심으로 한 산동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신규 아이템은 굳이 산동성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몇 가지 아이템을 시작하면서 절강성 이우에 오피스를 둔 국내업체와 손을 잡기도 했다. 덕분에 산동성에 머물던 지역적인 한계를 넓힐 수 있었다.

내년에도 대 중국 의존도는 줄어들지 않으리라 예상된다. 이제 중국도 중국 나름이다. 거래제품의 특성에 맞는 지역을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면 산동성에서 임가공형태의 제조형태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을 해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 신규 사업을 A××의 다음 카드로 내세울 거라면 중국 전역으로 사업 파트너를 물색해야 한다. 아니 중국에 없다면 베트남, 개성공단이든 비즈니스 궁합이 맞는 파트너를 소싱해야 한다.



3. 직원을 놓치지 않으려면


언제가 회사를 떠나던 직원에게 퇴직사유를 묻자 내게 반문했던 적이 있다. ‘왜 나간다고 생각하셔요?’

‘그러게, 왜 그만 두는 거지?’ 그 대답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그 직원을 잡지 못했다. 아직도 모르기 때문에 그토록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나갔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알면서도 채워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하다. 사람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직원이 회사에 정을 붙이고 사랑을 강요하기 전에 회사도 직원을 배려하고 사랑해야 한다.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직원을 키운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직원이 회사를 키우는 것이 바른 표현이다.

회사와 직원은 알게 모르게 많은 약속을 한다. 둘 모두 이를 성실히 지켜야 한다. 누구라도 이를 어기면 신뢰에 금이 가게 된다.


누나와 매형과 상의해야 할 일이지만, 내년 하반기에는 주5일제를 하고 싶다. 올해 들어 겨우 격주 휴무제를 도입했지만, 이제 주5일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토요일 기껏해야 3~4시간 더 일하기의 효율성을 잘 따져봐야 한다. 물론 수입, 수출 등 통관업무가 잦기 때문에 당직근무자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른 복리후생제도의 확대도 고민꺼리이다. 내년에는 건강검진비용의 지원이나 통신비, 자기개발비 지원의 확대도 검토할 생각이다. 당장 회사의 비용이 늘어나니 부담스러운 일이다. 비즈니스의 미래는 늘 불투명하다. 사업 불황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식구를 늘이고, 사무실을 넓히면서 투자가 확대되었다. 실질적인 부담은 내년부터 가중되게 된다.

그러나 이를 통해 좋은 인재가 우리 조직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양분이 된다면 몇 배의 이윤이 남는 장사, 아니 투자가 되리라 믿는다.


이제 A××의 디자이너는 두 파트를 합쳐 6명이 되었다. 회사 크기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은 숫자이다. 그동안 1명의 자리에 2명으로 채우는 무대포 인사정책으로 인원을 늘려왔다. 당장 늘어난 한 명이 자리를 찾지 못해 허송시간을 보내거나 도태되지 않을까 우려도 되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충원된 인원은 전쟁터에 증파된 지원병처럼 사기를 드높였다. 덕분에 하지 못한 업무를 찾아내고, 서로 적당한 자극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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