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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캉스 비즈니스 in Qingdao
Biz Diary/Other Biz | 2007/07/30 22:09

지난 제헌절 징검다리 연휴를 기회삼아 친구들과 중국 청도에 놀러갔다.
매번 출장 때문에 갔던 곳에 놀러갈 생각을 하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공교롭게도 디자이너의 QC출장과 일정이 겹쳐서 여차하면 넘어갈 준비를 해야 했다.

이번 여행의 사전 준비는 절친한 S가 맡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S의 후배 한명이 청도에 외교통상부 서기관으로 주재하고 있어서,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많은 수고를 해주었다.
외국에 주재한 영사관 업무라 하면 서류나 뒤적이다가 퇴근시간 땡 하면 나가는 한직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막상 후배를 만나보니 휴일에도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눈코 뜰 사이도 없었다.
올 해 들어 마음 놓고 쉰 휴일이 손에 꼽을 정도라 했다. 요즘에는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일정을 소화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특히 오는 8월이면 한중 수교 15주년이라 이를 기념하는 공식 행사 외에도 민간행사도 많이 잡혀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날 저녁에도 장나라 콘서트가 열리는 바람에 공항픽업도 다른 사람을 내보냈다.
실제로 얼마 전에는 비자업무를 담당하던 직원하나가 늘어난 비자 업무를 처리하느라 손목까지 다쳐 X-ray를 찍을 정도였다고 했다.
한중간의 비즈니스가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에피소드이다.

1. 찌모루시장

공항에서 우리를 픽업한 Y가 호텔에 짐을 풀기도 전에 데리고 간 곳은 찌모루시장이었다.
아시아 최대의 짝퉁시장이라는 악명으로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찌모루시장은 겉모습만으로는 그다지 색다를 것도 없는 평범한 관광시장의 모습이었다.
찌모루시장에 대한 평판은 좋지 않았다.
관광객이다 싶으면 무차별적으로 던지는 바가지 폭탄과 일단 값을 지불하고 돌아서면 품질에 대해서는 나몰라라식의 A/S 때문이다.
그럼에도 명품을 사랑하는 우리 관광객이 이곳 상인들의 현란한 상술에 걸려들면 어지간히 단단히 마음을 먹지 않는 이상 지갑은 열리게 마련이다.

시장 점포 90%는 한창 유행하고 있는 명품을 모방하여 대량생산한 B급 모조품 일색이다. 한두 집만 다녀 봐도 시장서 돌고 있는 그저 그런 제품에 금방 질리어 버렸다.
청도에서 5년째 머물고 있는 Y가 데리고 간 집은 그 동안 공을 들인 Y의 단골집이었다. 데려간 손님 족족 흡족해 한다며 자신만만하였다.
Y의 말대로 그 가게는 다른 가게와 디스플레이부터 달랐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몇 개의 특A급 모조품만을 올려놓고 손님을 맞고 있었다. 오리지날 명품과 90% 유사한 자재를 선별하여 같은 질감을 표현하였고, 소량 제작만을 고집하여 판매하고 있었다.
뜨내기손님이었다면 얼토당토않은 가격에서 네고를 시작해야 했겠지만, Y 덕분에 비교적 target price 근처에서 흥정을 할 수 있었다.
물론 10배 넘게 비싼 명품과 같은 품질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겠지만, 가격대비 만족도는 명품쇼핑과 견줄 바가 아니었다.
성공적인 쇼핑은 비용대비 얼마나 큰 만족을 얻는가에 달려있다. 이런 점에서 찌모루 쇼핑은 대성공이라 할만했다.


2. 청도 골프

1) 청도에서의 3번의 라운딩

새벽 5시에 모닝콜이 울렸다. 여독이라 해봤자 제주도 정도의 거리여서 새벽 알람에 눈을 뜨는데 부담스럽지 않았다.
이번 여행의 주목적이 골프라, 떠나는 날까지 매일 라운딩을 하기로 출발 전부터 결의를 했었다.

오늘 가는 골프장은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천태 골프장이다.
국내 정규코스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오히려 우리나라 골프장에 비해 확 트인 페어웨이 덕택에 드라이버에 힘을 뺄 수 있었다. 티샷에서 실수를 덕분에 그린에 쉽게 올렸지만, 그린 위에서는 홀마다 어김없는 3퍼트로 실력이 드러나고 말았다.
중간 몇 홀에서는 몇 타를 쳤는지 세고 싶지 않을 만큼 무너지는 습관도 여전했다.

셋째 날은 청도에서 다소 멀리 떨어진 해양골프장을 갔다. 청도와 연태 중간쯤 위치에 있는 해양골프장까지는 거의 2시간이 걸렸다.
대만 자본으로 지어진 이 곳은 18홀 중에서 13홀이 바다와 접해있는 전형적인 해안 골프장이다. 라운딩 중간 중간에 양떼가 지나가 잠시 플레이를 멈추고 숨을 돌리곤 했는데, 알고 보니 대자연에 돌아온 듯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연출한 풍경이라고 한다.

마지막 날 공항으로 나가기 전 아쉬운 마음에 마지막 티샷을 하려 국제골프장에 갔다. 청도시내에 있는 이 곳에서 공항까지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드문 산지형 골프장이라 그런지 오히려 익숙하게 느껴졌다.
새벽 댓바람부터 부지런히 라운딩을 돌았지만 한두 팀이 밀리는 바람에 18홀을 채우지 못한 채 짐을 꾸렸다.
3일 간의 집중훈련으로 가장 큰 수확은 필드 적응력이다. 이젠 실전에 나가도 부담감을 덜어서 탑핑이나 뒷땅을 치는 횟수가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라운딩 내내 앞 뒤 팀은 어김없이 한국에서 원정 온 골퍼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중국이라는 생각보다는 정말 인천시 청도구 쯤 되는 기분마저 들었다.
중국 원정골프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유 있는 주말골프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수도권 골프장에서는 접할 수 없는 확 트인 그린도 이곳의 자랑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한국인 유치를 위해 저렴한 그린피와 다양한 패키지상품을 개발하여 국내 골퍼들을 유혹하고 있다고 한다.
2) 중국에서 골프산업

골프라는 말조차 쓰지 못하게 할 정도로 엄격하게 통제했던 자본주의 상징 골프가 중국에 들어 온지도 어언 20년이 넘었다.
이제는 국가 경제발전을 촉진하는 장점이 부가되면서 골프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각 성의 골프장 숫자는 그 성의 GDP 및 외자유치 실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 자료가 발표될 정도이다.

최근 몇 년간 중국 정부는 골프장을 건설하면서 세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었다.
먼저 황폐하고 개발이 어려운 불모지를 개척하여 개발이득을 취할 수 있었고,
거기에 필요한 자금은 외국투자기업으로부터 어렵지 않게 빌렸다. 외국투자기업 입장에서도 중국 골프장 건설은 매력 있는 투자 상품이 된 셈이다.
외자 유치에 성공한 중국정부는 이번에는 골프장 운영을 통해 도시민들에 비해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농민들의 취업기회를 주었다.
이는 다시 지방세수에도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있다고 한다.

더욱 무서운 것은 중국 골프산업이 갖고 있는 어마어마한 잠재력이다.
내년 북경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골프 인구의 저변이 늘어 가면, 몇 년 안에 중국에서도 제2의 박세리, 아니 중국의 타이거 우즈가 나올 것이 분명하다.
그 때쯤이면 중국에서 즐기던 황제골프는 역사책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3. 관광중심 청도의 볼거리

청도는 중국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관광지이다.
우리 눈에는 그다지 이국적인 볼거리를 찾기 힘들지만, 중국 대륙에서 해수욕장을 갖고 있는 도시라는 것 하나 만으로도 많은 신혼부부들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덕분에 중국의 다른 도시들 보다 시내 거리는 항상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다.

청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칭다오 맥주와 맥주축제일 것이다. 또 다른 볼거리로는 인사동 분위기의 고문화거리와 19세기 후반 독일이 강점하면서 조성된 유럽풍의 근대적 건축물 등을 들 수 있다.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관광객을 끌어당길 만한 여행테마가 부족하다는 인상이 들었다. 그 중에서도 가족단위 여행객이 즐길 수 있는 놀이시설이 아쉬웠다.
그에 비해 호텔의 시설이나 서비스는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내년 북경올림픽을 대비하여 단단히 준비해 놓은 인상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부족하고 무언가 개선될 것이 있다는 것은 역으로 생각해보면 미래가 밝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디즈니월드, 씨월드, 유니버셜 스튜디오 등으로 둘러쌓인 미국의 올랜도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테마파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에 완벽한 해변과 그림 같은 별장들 그리고 세계최고의 골프코스가 어울려져 있다.
그러나 이미 수십 년 전에 성숙한 도시이기 때문에 앞으로 개발여력에 대해서는 기대할 것이 크지 않다.
그런 점에서 미숙한 청도가 갖는 매력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4. 청도의 콘도를 짓는다면?

지난주에는 하계휴가를 이틀 내어 만삭의 집사람과 함께 휘닉스파크에 다녀왔다. 겨울이라면 모를까 한 여름에 콘도에 갇혀서 뭐할까 걱정이 되었지만, 막상 가보니 겨울 못지않은 제2의 성수기였다.

야외활동을 즐기러 온 가족단위 여행객 외에도 하계 수련회 등 단체행사도 있었고, 여기까지 찾아온 이유를 가늠하기 중국 단체 관광객들까지 합류하여 휘닉스파크는 북적이고 있었다.
여름에는 무용지물일 것 같았던 스키 슬로프는 용도에 맞게 재치 있는 변신을 하였다. 폭이 넓은 슬로프 위에는 잔디를 심어 퍼블릭코스를 만들어 놓았고, 높고 좁은 슬로프는 꽃길로 단장하여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서 산책을 할 수 있게 마련해 놓았다.
내년 여름이면 워터파크 개장한다고 하니 이제 휘닉스파크는 스키와 골프, 스파시설을 모두 갖춘 복합레저공간으로 자리 잡게 될 전망이다.

콘도 1층에 내려가 보니 지난 해 착공했다는 제주도 섭지코지 휘닉스 아일래드 분양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설계부터 해외 유명 건축가들을 참여시켜 꿈의 해양복합리조트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세워 상당히 공격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한 듯싶었다.
‘한 번 들어온 손님을 내보내지 않는 체류형 복합해양리조트’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제주도가 갖고 있는 매력을 얕보는 것은 아니지만, 이 곳에 성공에 대해서는 자꾸 물음표가 찍혔다.
휘닉스 아일래드의 성공은 기본적으로 제주의 성공이 전제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제주는 수년 내에 해양스포츠의 메카로 거듭나겠다고 밝혔지만, 문제는 경쟁력이다.
요즘 제주도의 분위기는 싸하다고들 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지라는 타이틀이 부끄럽게도, 외자유치를 위해 추진 중인 제주국제자유도시사업은 다른 동아시아 경쟁 도시와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높지 않은 것으로 발표되었다.
지난 5월 타결된 한미 FTA로 제주의 생명산업이라 일컬어지는 감귤산업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연이어 발표된 제주 공군기지와 해군기지 건설로 시민들의 원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즈음 되면 기왕 바다를 건널 것이면 제주보다는 청도로 가는 것이 속편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요즘 유행하는 2nd House라면 서울에서 가까운 수도권에 있어야 실용성이 있겠지만, 어차피 일년에 한두 번 이용하는 콘도(혹은 팬션이라면)라면 좀 멀리 있어도 상관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청도까지의 체감거리는 제주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 게다가 한중간의 교역량 증가로 인해 경제적인 거리도 대폭 줄어들었다.
물론 단순히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회원권을 분양받거나 구입하는 것이라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재미삼아(재미로 살 수 있는 금액인지는 모르지만) 친구 혹은 가족 몇 명이서 청도에 콘도를 하나 사두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5. 바캉스 비즈니스

경기가 안 좋다고 하지만, 올 여름 7,8월 두 달간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은 36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서울 인구의 1/3이 해외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것이다.
그 숫자에는 얼마 전 중국 청도를 다녀 온 나와 친구들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해외여행객들을 한데 싸잡아 땀 흘려 벌은 외화를 낭비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과거 양담배를 피는 사람에게 벌금을 물리고, 매국노라 비난하던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물론, 가끔 TV를 보면 일부 여행객들이 해외에서 몹쓸 짓을 하다가 걸려서 소개되는 뉴스를 접할 때가 있다.
하지만, 외국에 나가 평소 못써보던 돈을 흥청망청 쓰고, 한국에서 못해본 것, 못 먹어본 것들을 하려고 기를 쓰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밖에 나가서 한국 여행자들을 만나보면, 다른 선진국 여행자들 못지않게 여행매너도 좋아졌고, 여행문화는 많이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해외에 나가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하고, 언어를 배우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다 바람직하고 권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여행수지가 누적 적자규모가 몇 십 억불에 달한다는 것이 아깝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돈 잃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정작 중요한 것은 여행이든 유학이든 아니면 이민이 되었든, 밖에 나가서 쓰는 돈 이상으로 우리가 배우고 건져 오는 것이다. 그럴 수만 있다면 간단한 숫자로 셈할 수 없는 이득이 될 것이다.

이제는 나가는 손님을 붙잡을 것이 아니라, 밖의 손님을 어떻게 끌어 올 것인지를 궁리를 해야 할 때이다.
일단 국내 관광의 경쟁력을 갖춰 놓게 되면, 밖으로 나가라고 떠밀어도 나갈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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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수 2011/05/10 15:32 L R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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